우리 아이, 학교에서 늘 봐준다고? ‘늘봄학교’가 뭐길래[이번 주 뉴스 마침표]
‘이번 주 뉴스 마침표’는 지난 한 주 동안 나온 뉴스 중 돌아볼 만한 이슈를 되짚어 보는 시리즈입니다. 기자가 점 찍은 뉴스를 읽으며 한 주의 마침표를 찍어보세요!
오후 1시. 초등학생 자녀가 하교할 시간만 되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되던 학부모님들 계신가요?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할지, 누구한테 자녀를 맡겨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으실 겁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아이들이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퇴근 후에 학교에 자녀를 데리러 가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 어쩌다 아이들이 학교에 8시까지 머물게 됐지?
현재 초등학교에는 정규 수업 외 활동으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있습니다. 희망하는 학생들은 개설된 강좌와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일정 금액을 내고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돌봄전담사가 노래를 틀어주고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놀이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은 최대 오후 5시까지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이용이 제한돼 있어 대부분 추첨에서 ‘운이 좋아야’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추첨에서 떨어진 학부모들은 집이 비어 있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보낼 데가 없으니 학원을 선택하게 되죠. 아이들이 ‘학원 뺑뺑이’를 돌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관두는 학부모들도 있고요. 이것이 저출생 문제를 악화하는 요인까지 됐습니다.
늘봄학교는 학부모의 돌봄 우려를 완화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원래는 ‘초등 전일제학교’라는 이름이었지만, 학교에 아이들을 종일 묶어둔다는 지적이 나와 이름을 바꿨습니다.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라고 합니다. 교육부의 ‘해외 주요국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비교’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초등학교 1·2학년 정규 수업이 오후 4시에 끝납니다. 독일에는 오후 4시45분에 수업을 마치는 ‘전일제 학교’도 있고요.
학생들은 늘봄학교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방과 후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받게 됩니다. 그러면 현재 오후 1~2시였던 저학년 하교 시간이 오후 3~4시로 늦춰지게 됩니다. 프로그램을 더 선택하면 최대 오후 8시까지 늘봄학교에 머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 모든 초1 학생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전 학년이 누구나 늘봄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 이런 우려도 있는데···무조건 ‘늘봄’하는 건 반대!
늘봄학교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인력 문제’입니다. 양육 부담을 덜고 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상적인 제도이지만, 이걸 누가 맡느냐가 문제인 거죠. 교사들은 돌봄 업무가 행정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전담운영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부는 ‘늘봄지원실’을 따로 만들어 늘봄지원실장, 교육공무직, 늘봄강사 등을 배치해 교사들이 늘봄 업무를 떠맡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늘봄지원실장이 모든 늘봄 업무를 관할할 수 있을지, 교육공무직과 늘봄강사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추후 계획을 더 살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전까지 늘봄학교가 시범운영되던 곳에서는 기간제 교원 등 임시인력으로 오후 8시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2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당장 ‘늘봄지원실’을 구성하기 위한 인력 대책도 전무하다”며 “교원들의 새로운 업무부담을 덜겠다며 ‘늘봄지원실장’을 지방공무원으로 배치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늘봄학교 전담 조직은 기간제교사 중심으로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속 이런 식이면 학교에 비정규직을 또 양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 인력이 없다면 늘봄학교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과밀학급 등에 돌봄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경우도 문제이고요. 실제로 돌봄교실이 따로 없어서 과학실, 도서관을 나눠 쓰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이런 늘봄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뛰어놀기보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때울 수도 있겠죠.
일각에서는 늘봄학교가 아이를 학교에 오래 머물러 있게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가정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학교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로 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과도 연계한 가정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요. 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에서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이 단순히 부모가 노동 현장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이를 공적 기관에서 돌봐주는 시간을 일치시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침표.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고 교육하겠다는 취지의 늘봄학교.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한다는 큰 그림은 바람직하지만, 앞으로 인력과 전문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어떤 세부 계획이 나와야 할지 질문을 남기며 ‘이번 주 뉴스 마침표’를 마칩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1241900011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1241900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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