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계약 거부→선수협 탈퇴' 日 165㎞ 에이스, 왜 스캠 직전까지 재계약 피했나... 기자회견도 가진다

김동윤 기자 2024. 1.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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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지바 롯데 마린스가 26일 사사키 로키와 계약 소식을 전했다. /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사사키 로키. /사진=지바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일본의 '165㎞ 강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23)가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와 스프링캠프 시작을 6일 앞두고 극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닛칸 스포츠, 풀카운트 등 주요 일본 매체는 26일 "지바 롯데와 사사키가 2024시즌 연봉 재계약에 합의했다. 2월 1일 스프링캠프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곧 관련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바 롯데 역시 매체들의 보도 이후 공식 SNS에 사사키와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최종 확인됐다. 이로써 일본프로야구(NPB) 12개 구단은 모든 선수와 계약을 마친 상태로 2024시즌에 돌입하게 됐다. 사사키는 NPB 선수 중 유일하게 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였다.

이번 겨울 일본프로야구는 FA 신분이 아닌 한 팀의 에이스가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프로야구 선수협회(NPBPA)까지 탈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구단과 마찰로 인해 스프링캠프가 지나서 지각 합의를 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으나, 선수협까지 탈퇴할 정도로 강하게 나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소속팀 지바 롯데 간의 갈등은 2023시즌 종료 후 사사키가 메이저리그(ML) 조기 진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바 롯데에 지명된 사사키는 올해로 6년 차를 맞았다. 1군에서 등록 일수 기준 7시즌을 보낸 선수에 한해 해외 리그 포스팅 신청이 가능한 KBO리그와 달리 NPB는 일정 햇수를 채우지 않더라도 구단의 동의가 있다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사사키는 이를 이용해 조기 MLB 진출을 원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LA 다저스 구단 공식 SNS

최근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던 유례 없는 일본인 투수 호황도 사사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366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사사키의 경쟁자이자 현시점 NPB 최고의 투수로 불린 야마모토 요시노부(26)도 LA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49억 원) 계약을 체결해 초대박을 터트렸다.

최대어로 불리던 두 사람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들 모두가 성공적으로 계약을 따냈다. NPB 최연소 200세이브를 달성한 마무리 마쓰이 유키(29)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최대 3360만 달러(약 450억 원) 계약에 성공했다. 일본 국가대표 좌완 이마나가 쇼타(31) 역시 시카고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약 709억 원) 보장에 최대 5년 8000만 달러(약 1070억 원)까지 늘어나는 계약을 따냈다.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지 못한 우와사와 나오유키도 1년 25만 달러(약 3억 원)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으나, 빅리그 승격 시 최저 연봉인 74만 달러(약 10억 원)가 아닌 최대 324만 5000달러(약 43억 원)까지 받는 에스컬레이터 계약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사사키도 당장 메이저리그로 향한다면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은 가뿐하게 따낼 수 있는 초대형 투수로 평가받는다. 사사키는 평균 시속 159㎞, 최고 165㎞의 빠른 직구와 최고 149㎞의 고속 포크볼을 뿌리는 강속구 우완 투수로 프로 통산 46경기 19승 10패 283⅔이닝 376탈삼진을 기록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 야구계에 가장 널리 알린 경기는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거둔 퍼펙트게임이다. 당시 사사키는 9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없이 1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NPB와 세계 야구계에 새 역사를 썼다.

사사키 로키의 퍼펙트게임 기념사진./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사사키 로키의 연속 탈삼진 기록 기념사진./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NPB에서는 1994년 5월 18일 마키하라 히로시(요미우리 자이언츠) 이후 28년 만에 나온 퍼펙트게임이다. NPB 역대 16번째로 사사키는 만 20세 5개월로 가장 어린 나이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1회초 2사 요시다 마사타카 타석부터 6회 첫 타자 구레바야시를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기까지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이는 1957년 기지모토 다카오(한큐 브레이브스), 1958년 도바시 마사유키(도에이 플라이어스)의 9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64년 만에 경신한 대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70년 톰 시버(뉴욕 메츠), 2021년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0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것이 전부였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52, 7⅔이닝 11탈삼진으로 일본의 3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완벽한 경기 내용은 아니었으나, 국제무대에서도 평균 최고 시속 164㎞의 광속구에 146㎞의 고속 포크볼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직접 어필하면서 더욱 주가를 올렸다.

재능은 충분하나, 아직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에 명분이 부족했다. 2020년 프로에 입문한 뒤 사사키는 단 한 번도 규정이닝(143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다. 2022년 20경기에서 129⅓이닝을 소화하며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를 마크한 것이 그의 최다 이닝이었다. 규정이닝도 소화한 적이 없기에 수상 경력도 초라하다 못해 없다. 오타니, 야마모토처럼 정규시즌 MVP나 사와무라상을 수상하지 못했고, 그가 내세울 것은 퍼펙트게임 하나뿐이다.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사사키 로키./사진=사사키 로키 공식 SNS

그렇다고 에이스로서 오타니나 야마모토처럼 소속팀에 우승을 기여한 것도 아니다. 그가 있는 동안 지바 롯데의 최고 성적은 정규시즌 2위에 포스트시즌 파이널 스테이지일뿐 일본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했다. 사사키와 달리 오타니가 2016년 니혼햄 파이터스, 야마모토가 2022년 오릭스 버펄로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에이스였기에 해당 팀들은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응원했다.

소속팀 지바 롯데에 거액의 이적료를 남기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와 NPB 간 협약상 만 25세 이전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한 선수는 마이너리그 선수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12월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로 단돈 231만 5000달러(약 31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자연스레 지바 롯데는 푼돈 수준의 이적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바 롯데의 요시이 마사토(59) 감독은 "언젠가 MLB에 가고 싶다는 말은 팀에 입단할 때부터 들었다"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팀에 더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시이 감독은 1998년 뉴욕 메츠에 입단하며 빅리그 무대를 밟아 콜로라도 로키스,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시즌 동안 뛴 경험이 있다. 일본 현지 SNS에서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좋겠지만 롯데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쁜 선례 되지 않았으면"이라는 등 우려의 시선이 뒤따랐다.

더욱이 지바 롯데는 사사키를 프로 선수로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1년을 투자한 팀이었다는 점에서 선수협 탈퇴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사사키는 2020년 자체 청백전을 제외하면 실전 경기에 전혀 등판하지 않았다. 2021년 지바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이구치 타다히토 1군 감독은 사사키의 어깨, 팔꿈치 등 상체 근육이 강속구를 던지기에 취약하다고 판단했고 몸만들기에만 집중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후반기 들어 한계를 보이자 그의 등판 횟수를 조절하는 등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풀타임에 도전하는 듯했으나, 손가락 물집, 왼쪽 옆구리 근육 부상 등으로 91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지바 롯데의 계획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재계약 소식을 알린 닛칸스포츠는 "사사키는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메이저리그 팀들도 그를 높이 평가했다. 사사키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도전하길 원했고, 이 점이 협상이 길어지는 데 한몫했다"며 "사사키가 야구사에 남을 기량을 보유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아직 시즌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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