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자체 잇단 파격 인구정책, 재정 지원에만 집중하면 한계
"젊은 세대 가치관 변화 위한 문화적 접근, 일자리·교육환경 중요"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매년 급속한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내몰린 경남 지방자치단체들이 파격적 인구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가 내놓는 방안은 대부분 재정 지원에 집중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은 문화·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7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새해 들어 6만명대 인구가 무너진 거창군은 정주 인구 증가, 생활인구 유입, 저출생 극복이라는 3대 과제로 인구정책 새판짜기에 나서며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 지원이라는 파격 대책을 내놓았다.
생애주기별 모니터링으로 임신·출산부터 양육, 청소년기, 성인이 된 뒤 정착까지 지원해 거창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게끔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출산축하금 2천만원, 양육지원금 30만원씩 60개월 지원,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제공,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지급 등 전반적인 정책은 어떤 식으로 돈을 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어린이집 보육 서비스 지원, 출산 축하금과 같이 기존에 해오던 대책은 물론 진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난임부부 지원사업, 경남도교육청의 다자녀 가구 입학생을 위한 입학 준비 물품 구입비 지원 등 신규사업 또한 대부분 예산 지출에 방점이 찍혔다.
이처럼 매년 기초단체별 인구감소 관련 사업이나 예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경남 전체 인구는 2017년 338만명에서 작년 325만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증가세를 기록한 적이 없다.
쓰는 돈은 많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장기화하자 전문가들은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나 지역소멸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초단체 단위에서 내놓을 수 있는 해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돈이면 다 되겠지' 식의 접근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산이나 육아·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지역소멸"이라며 "결국 '지역에서도 애 낳아서 살기 나쁘지 않다'는 개개인의 인식 전환을 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10명이 있다면 이들 중 3명은 별다른 지원 없이도 애를 낳을 사람, 3명은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 나머지는 절대 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상황을 가정해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 중 주목해야 할 대상은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3명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아이를 낳도록 하려면 지역 정착과 출산·육아에 대한 가치관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 재정 지출에만 치중한 대책은 '아무 지원 없이도 애를 낳을 3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고민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 애 낳으면 1억원 준다'고 한들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에게나 호소력 있지 출산 생각이 없거나 고민 중인 이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애 낳아 기르기 너무 힘든 세상이다. 결혼 왜 하냐'와 같이 주변 사람들의 출산·육아에 대한 생각이나 반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핵심은 '애가 태어나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 부모님 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출산을 많이 한 것도 잘 키우기만 하면 애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역이나 결혼·출산과 관련해 부정적 담론을 확대하는 것보다 긍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을 병행해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접근 방식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각종 재정 지원보다 일자리와 교육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오경훈 의원은 "인구는 그 지역에 결혼 적령기 사람이 많아야 늘 수 있다"며 "그렇게 보면 결국 핵심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지역은 '1만원 아파트'도 있던데 그런 것도 좋지만 애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살 필요가 없고, 취직하려면 서울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인구가 급속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민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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