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최고의 교훈은 재주가 아닌 실수에서 나온다

김인오 기자 2024. 1. 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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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직접 하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재미난 것은 바로 실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수를 얼마만큼 잘 극복하느냐로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만큼 아주 다양한 실수를 내포하고 있다. 물리학 박사, 유명한 프로골퍼, 스님과 목사 분도 골프에서는 실수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니 일반 골퍼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골프에서 나온 실수를 잘 극복했을 때 찾아오는 짜릿함은 한 번씩은 다 느껴봤을 것이다. 반면, 내 앞에서 샷과 골프 룰의 실수를 계속 반복될 때는 참 난감하다. 슬며시 알을 까거나, 셀프 기브를 받는 등의 일들이 반복된다면 우린 그의 모든 행동과 스코어를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그가 좋은 스코어를 내도 그 전의 실수 장면이 떠올라서 박수보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먼저 일 때가 많다.

코미디언 방송인 이봉원 씨는 동료 개그맨 A씨의 별명이 '가면 있어요'라며 웃는다. 분명 볼이 나간 것 같은데 낙하지점에 가면 항상 볼이 살아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한 번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계속 반복되면 '상습범'이 된다.

아마추어 주니어 골퍼 부모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자기 자식은 골프천재이며, 미래의 박세리급으로 평가한다.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라 함께 한 선수가 문제라며 변명으로 일변한다. 정말 자기 자식만 천재고 남의 자식만 문제일까.

공자는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며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했다. 공자는 장수에 있어서도 맹장, 용장, 덕장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장수는 덕장이라고 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용맹스러워야 하나 마음으로 이끌어 주지 못하면 패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덕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공자가 어느 날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으며 놀고 있었다. 아이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자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겠느냐"고 했다. 비키지 않았다. 아이는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라고 답했다.

그의 명석함에 이름과 나이를 물으니 황택이며 8살이라고 했다. 공자는 바둑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황택은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지 못하다"며 바둑의 무용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황택은 공자에게 질문을 했다. "아주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이는 "그렇다면 속이 텅 빈 저 대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 보아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택은 "하늘에 별이 모두 몇 개냐? 그럼 땅 위의 사람은 모두 몇 명이냐? 눈위의 눈썹은 몇 개냐?"고 질문을 쏟아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자로 삼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떠났다. 머리는 좋으나 덕(德)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8살의 천재 황택은 훗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세상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즉 덕으로 해야 한다. 황택 부모 역시 천재성에만 기뻐했는지 모른다. 천재보다도 조금은 늦더라도 많은 실수를 통해 덕 있게 크는 아이가 더 발전할 수 있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윤이나 선수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3년 출정정지' 징계를 마치고 복귀했다면 분명 많은 골퍼와 골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 실수를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고 본인도 떳떳하게 대회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징계를 감면받았으니 올해부터 대회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오구플레이를 하고도 1개월간 숨겼다'는 오명은 절대 씻을 수 없을 것이다.

큰 산을 오르려면 반드시 큰 계곡을 넘어야 하고, 큰 바다에 나갈수록 파도는 거세지는 법이다. 세상에 가장 가치있는 것들은 고난과 불행, 고통이 따르고 이를 잘 극복했을 때 찾아온다. 내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를 가졌을 때 비로소 한 발 더 성장한다. 실수를 감추려 하지 말고 그 실수를 통해 큰 교훈과 함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 실수를 감추려 하지 말고 그 안에 소중한 기회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자. 골프는 그 어떤 천재도 실수를 피해갈 수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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