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기후위기 시대의 과학적 대응
1998년 이론물리학의 최고 권위자에게 수여되는 폴 디랙(Paul Dirac)상의 수상자인 옥스퍼드대 물리학 교수 데이비드 도이치는 말했다. “믿었던 지식은 이따금 우리가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인간은 오류를 발견하고 제거하는 객관적인 설명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고대와 중세 과학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천동설이 오류로 규명되고 과학적 관측을 통해 지동설이 입증되었듯, 과학적 데이터와 증거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객관적인 설명이 된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수준의 홍수,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을 통해 우리는 피부로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초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남부지방은 장마 기간 강수량이 712.3㎜에 달하며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은 12월 초까지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다가 큰 폭으로 기온이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 12월 11일 영동지역에는 200㎜에 육박하는 호우가 내려 이례적으로 겨울철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한반도의 겨울은 북쪽의 차가운 기단과 남쪽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단 사이에 위치해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날씨를 보여왔지만, 최근의 기온변동 폭은 어딘가 심상치 않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로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가히 정보 홍수의 시대인 지금, 다양한 매체에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정보 속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기후변화의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기상기후데이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기상기후데이터는 전 세계 관측장비로 얻은 과거 100년간의 관측 데이터부터 슈퍼컴퓨터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을 통해 얻은 미래 100년의 기후변화 시나리오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바다이다. 현재 기상청은 기상기후데이터 허브를 구축하여 수요자에게 즉시 공급할 수 있는 공개 ‘API’를 통해 12개 분야 158종의 기상기후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API란 공개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데이터에 사용자가 인터넷망을 통해 즉시 접근·연계할 수 있는 인터넷 표준기술로, 학계와 산업계, 공공부문은 물론 시민들도 이를 통해 각종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기상기후데이터 중 장기간의 기후변화 추세와 변동 폭은 30년간의 평년값으로 설명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1981~201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에 평균기온이 0.3도 올라가 지속적인 온난화 추세에 있다. 부산·울산·경상남도도 같은 기간 0.2도 상승했으며,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각각 2.0일, 1.4일 증가했고 한파 일수는 0.2일 감소했다.
부산·울산·경상남도의 미래 전망은 어떨까?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서 제공되는 100년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에 따라서 지금보다 2.2~6.2℃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많이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에 폭염일수가 현재보다 68.7~82.8일 많아지고, 부산·울산·경상남도에서 겨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극한기후 현상이 급증하는 등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위기 시대에 과학적인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기후데이터가 사회 각 분야와 국민의 일상에서 의미 있게 활용되기를 바라며, 변동성이 커진 기후변화에 대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상청은 정확도 높은 기상기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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