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덕희’ 염혜란 “내 삶의 판타지 연기, 아직 갈 길 멀죠”
염혜란은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에서 덕희의 친구이자 중국어에 능통한 조선족 봉림을 연기했다. 2016년 벌어진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 분)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염혜란은 출연 이유를 묻자 “덕희를 중심으로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나온다. 그 여정을 함께하는 친구로 나오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변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더라. 보이스 피싱 뉴스를 많이 접하는데, 덕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는 당한 적이 없는데, 주변에 젊은 사람인데 자기도 모르게 전화로 정보를 다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통장에 얼마 있냐고 묻길래 3만 7000원이라고 했더니 그냥 끊어버렸다고 하더라.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쇼핑몰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떠서 10만 원을 결제했는데 옷이 아직도 안 온다. 그래서 신고를 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봉림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은 뭘까. 그는 “덕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심정적으로 바로 같이 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걸 무시할 수 없지 않나. 봉림은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담당해 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덕희와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장면이 중요했다. 보는 사람들이 회사는 어떻게 하고 중국으로 가냐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이질감이 없도록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중국어 연기에 대해 “부담스러웠다. 중국어가 주 언어인 사람을 연기해야 하니까 노력을 많이 했다. 절 가르쳐준 중국어 선생님이 철저해서 하나하나 가르쳐줬다. 줄줄 외우는 걸 못해서 단어 하나하나, 성조 표시까지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기초부터 공부하려고 했다. 선생님이 영화사에서 말한 기간보다도 더 많이 도와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염혜란은 ‘걸캅스’에 이어 재회한 라미란에 대해 “한번 합을 맞춘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어렵다. 신선한 조합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런데 이번에 호흡을 나누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 옆에서 언니를 많이 보고 싶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많이 배웠다. 언니에게 듣고 싶은 게 많다. 지금 이렇게 우뚝 선 언니가 그동안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정말 훌륭하게 해나가는 것이 대단하다. 저보다 앞서 그 길을 간 것에 대한 존경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또 “안은진은 그때도 막내로 귀여웠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줬다. ‘연인’으로 훨씬 잘돼서 저희에게 도움도 되고 좋은 일이다. 잘 될 친구였다. 덩달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장윤주는 영화과를 나왔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분석하면서 보더라. 내가 밝게만 보던 것도 선입견이고 일부만 본 거구나 싶더라. 굉장히 진지하게 접근하더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이렇게 대기 시간에 즐겁게 있었던 게 몇 작품 없다. 저희가 시끄러울 때도 있었다. 대기 시간도 늘 즐거웠다. 정말 모든 노래를 다 들은 것 같다. 안은진과 라미란 언니가 화음을 넣으면, 정말 툭하면 옛날부터 요즘 노래까지 다 나왔다”며 ‘시민덕희’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전보다 많이 알아봐 주고 좋아해 준다는 걸 느낀다. 최근에 베트남에 개인적으로 여행을 갔을 때 방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절 환영한다고 해줬다. 너무 환대해줘서 너무 황홀했지만, 엄혜란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고 뒤늦게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무대에 처음 서고 나라는 보통의 존재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못 할 것 같고, 이걸 업으로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임용고시와 연기 사이에서 고민이 길었다. 뒤늦게 시작해서 간절함도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직 확신의 순간은 없다. 그렇다고 의심할 건 아니지만, 본인의 연기에 확신이 생기는 순간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확신은 끝까지 안 생길 것 같다”며 “연기 외에는 그냥 일반인이다. 일상을 산다. 특별할 게 없다. 연기라는 걸 하는 순간 저의 삶이 판타지가 된 것 같다. 연기가 없다면 제 일상밖에 없다. 제 삶의 판타지를 주는 게 연기”라며 연기를 향한 진심을 털어놨다.
“작품 선택할 때 모든 작품이 잘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성적과는 별개로 소중한 작업도 있다.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전작과 캐릭터가 겹칠까 고민도 된다. 인지도가 생기면서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대표적인 이미지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생긴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 못 보여드리면 어쩌지, 내가 가진 게 없다는 걸 다 들킬 것만 같고 그런 고민이다. 그래서 내가 안 해본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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