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기부하고 떠난 회장님, 직원들 뒤늦게 ‘분통’ 터진 이유 [주말엔]

이형관 2024. 1.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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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에 있는 삼영산업 본사 공장을 찾았습니다.

삼영산업 직원 A씨"공장 사무실에서 개인 물건을 빼러 왔습니다. 지난주에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정말 황당한 상황입니다. 이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했는데, 어디 갈 데도 없어요."

삼영산업 직원들은 창업주의 무리한 기부가 경영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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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산업'이라고 아시나요. '1조 원 기부왕'으로 불리는 고 이종환 전 회장이 50여 년 전 경남 김해시에 세운 회사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갑자기 일터에서 쫓겨난 직원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맞서고 있는 데요.
1조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할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가 왜 무너지게 된 걸까요. 취재진이 그 속사정을 살펴봤습니다.


■ '1조 원 기부왕'의 회사…갑자기 전 직원 해고?

지난 24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에 있는 삼영산업 본사 공장을 찾았습니다.

출입구는 사람과 차량 통행을 막는 철문이 길게 깔렸고, 공장 옆 공터는 납품되지 못한 생산품들로 가득했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삼영산업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일부 직원들만 작은 가방을 손에 들고 공장 밖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최근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로 회사를 떠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삼영산업 직원 A씨

"공장 사무실에서 개인 물건을 빼러 왔습니다. 지난주에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정말 황당한 상황입니다. 이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했는데, 어디 갈 데도 없어요."

■ 50년 향토 기업 '삼영산업'…전 직원 해고 통보
경남 김해에 있는 삼영산업 본사 공장


삼영산업은 1972년 건축 자재인 타일 제조업체로 설립돼, 반세기 넘게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 왔습니다.

안정적인 매출로 창업자인 고 이종환 전 회장은 '1조 원 기부왕'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영 사정이 크게 악화 됐습니다.

2020년부터 부채가 크게 늘더니 2022년에 247억 원, 2023년 19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건설경기 악화로 타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원자재와 가스비 인상 등 악재가 겹친 탓입니다.

삼영산업 직원의 해고 통지서


현재 삼영은 부채가 자산을 160억 원 초과한 '자본 잠식' 상태입니다.

지난달 전면 휴업에 들어간 삼영은 결국, 모든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삼영의 전체 직원 수는 130명으로 20년 넘게 일한 장기근속자는 25% 수준입니다.

한기문/삼영산업 대표·전문경영인

"모든 직원이 부득이 회사를 떠나게 돼 안타까운 심경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회사가 곧 부도 절차를 밟을 것 같습니다."

■ "창업주 무리한 기부가 경영 악화 원인"

삼영산업 창업주인 고 이종환 전 회장

삼영산업 직원들은 창업주의 무리한 기부가 경영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2002년 이 전 회장이 세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회사 자산을 지나치게 기부해 경영 부실을 가져왔다는 겁니다.

실제 이 전 회장은 2007년 공장 토지와 건물을 모두 재단에 기부해, 회사는 해마다 재단에 임대료를 내고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2022년 삼영산업 감사보고서 중 일부


심지어 회사 영업손실이 150억 원에 이르렀던 2020년에도 공장 기계 등 120억 원 규모의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삼영은 최근 4년 동안의 영업 손실로 해고한 직원 퇴직금 32억 원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기문/삼영산업 대표·전문경영인

"건물이나 토지나 기계나 모두 재단으로 넘어갔습니다. 담보를 잡아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외상 매출금을 최대한 회수해서 직원들의 퇴직금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보겠습니다."

■ 자녀들도 버린 '삼영산업'…"17억 원 못 막으면 '부도'"

현재 빚더미에 올라앉은 삼영산업의 주인은 없습니다.

지난해 9월, 이종환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났고, 그 뒤 회사 지분을 상속받겠다고 나선 자녀가 없기 때문입니다.

삼영산업 공장 옆 공터에 생산된 타일 제품이 가득 쌓여있다.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대신해서 맡는 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존에 주문된 타일만 납품하고 있습니다.

삼영이 이달 말까지 갚아야 할 금융 채무는 17억 원. 이를 막지 못한다면, 부도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50년 넘게 회사를 지켜 온 직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합니다.

서무현 / 삼영산업 노동조합위원장

"평생을 몸 바쳐서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한 사람들입니다. 국내 최대 재단을 키운 기업이 오너 사망 후 석 달 만에 이렇게 되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오너 일가에서 회사를 다시 맡아주면 충분히 되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원들 바람은 회사가 폐업하지 않고 다시 복직하는 겁니다."


삼영산업 노동자들은 오는 30일 정리해고 철회와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김해시도 기업 도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대신해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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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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