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이후 한동훈 지지율 고공행진…'윤 아바타' 희석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에 후한 점수 받은 듯
"취임 한 달 성공적 안착…야당에 압박될 것"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였다. 여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과제로 주어진 '윤석열 아바타' 꼬리표 떼기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한 갈등' 봉합 이후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 직무 긍정률이 중도층에서도 지지를 받으며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에게 '한 위원장이 당대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2%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는 40%로 이보다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교하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경우 '잘못하고 있다'(59%)는 답이 '잘하고 있다'(35%)보다 많았다. 한 위원장보다 긍정 평가가 17%포인트(p) 적다.
직전 국민의힘 당대표인 김기현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 21~23일 한국갤럽 조사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26%에 불과했다. 약 두 달 새 당대표에 대한 평가가 뒤집힌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은 약 70%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한 위원장에 대한 긍·부정 평가는 각각 40%로 동일했다. 또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벌였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89%가 한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9%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한 위원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7%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매우 잘하고 있다'는 17%로, '잘하는 편이다'는 30%로 나타났다. 이외에 '잘못하는 편이다'와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각각 22%, 18%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조사들이 진행된 시기가 한 위원장이 용산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음 날인 22일 출근길에는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하게 발언하기도 했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살피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함께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고, 이후 빠르게 갈등 해소 국면으로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 노선을 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갈등도 완전히 봉합된 것이 아니고, 잠재적인 뇌관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거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용산과 다른 톤의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붙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도 여론은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당면 과제인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사퇴를 거부하고 '자기 길을 가겠다'고 한 것은 국민의힘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도 '윤석열 아바타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는 평가를 받게 됐는데, 이 효과로 총선에서 '정부 심판론'을 밀어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위원장의 취임 한 달을 평가하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며 "야당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윤 아바타' 극복을 시도했는데 대통령실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그걸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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