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너무 좋은 거래에는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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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요즘 홍콩 ELS 금융상품 손실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ELS란 주식(Equity)에 연계된(Linked) 증권(Securities)을 말한다. 이번 홍콩 ELS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를 추려 만든 H지수의 가격에 연계하여 수익을 준다.
그런데 수익을 주는 조건이 복잡하다. H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5%의 수익을 주는데, 만기 때 가입 기준 가격의 55% 밑으로 떨어지면(45% 하락) 바로 -45% 손해를 보게 되고 이후 더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본다. H지수가 -80%면 ELS 수익도 -80%가 된다.
2021년에 많이 가입했는데 이때 H 지수는 1만 2000선을 넘었으나 1월 19일 현재는 57%나 하락했다. 앞으로 주가가 만기 때 더 오르지 못하면 주가 하락폭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거의 확실히 연 5%의 수익을 볼 거라 생각했는데 -50% 손해라니, 이 상품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21년 가입할 때는 누구도 주가가 60%나 떨어질 줄 예상 못했다. 상품을 파는 기관이나 사는 고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주식시장의 본질이다.
소위 과다변동성이다. 그래서 투자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시장이야말로 신이 만든 곳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그 방향을 모르며, 인간의 교만을 용납하지 않고, 타인의 탐욕을 따라가다가 망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ELS를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고 하는 데 맞지 않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 하니 안전하다고 생각되어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그 많은 돈이 절반 이상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ELS가 주식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은 위험하다는 걸 알기에 적게 투자하지만 ELS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많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ELS가 큰 손실을 봤을 때 ‘내 노후 자금을 모두 넣었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ELS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 할 수 없다.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또 한번 피해를 본 게 라임, 옵티머스의 사모펀드 사태다. 6%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주니 모두 안정적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 생각하여 많은 돈이 몰린 것이다. 시중 금리가 2%이던 때 6%를 안정적으로 준다고 했으니 몰릴 만도 하다.
금융시장에 종사하면서 갖게 된 경험칙은 사람들이 가장 유혹되기 쉬운 수익률이 6%라는 것이다. 라임, 옵티머스, 홍콩 ELS 모두 비슷하다. 사람들은 20%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준다고 하면 안 믿는다. 10%도 안 믿는다. 2~3%는 낮아서 싫어한다. 그 중간 지대에 있는 수익률이 바로 5~6%인데 6%는 5%를 살짝 넘으니 숫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수익률 5~6%를 내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운용을 해도 연 수익률은 5%대 정도다. 그런데 금융상품 하나가 5~6%를 준다고 하면 여기에는 반드시 위험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투자시장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
ELS를 살 때는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누군가 구조를 짜서 제시하는 상품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만일의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미국 주가지수 연계한 ELS가 아니라 중국 기업에 연계한 ELS였다. 협상에서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ELS를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고 생각하여 많은 돈을 넣어서는 안 된다. 퇴직금을 다 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일, ELS를 많이 한다면 원금이 보장되거나 최대 손실이 확정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ELS는 보통사람에게 그렇게 좋은 금융상품이 아니다. 주식은 위로 오르는 잠재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인데 주식 가격이 오르면 확정된 수익을 받고 급락하면 모두 손실을 보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장기 자산관리에는 부적합하다. 우리나라만 유독 ELS가 일반인에게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영화 '싱글 라이더'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주연을 맡은 이병헌은 증권회사 지점장이다. 본사에서 안전하다고 하여 계열사 채권을 팔았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자 고객들이 ‘내 돈 내놓아라’고 소리친다. 정말 어려운 사연의 고객도 있다. 이를 감당치 못한 이병헌은 자살하고 그 영혼이 호주에 있는 가족의 집을 방문한다. 이때 호주에서 돈을 벌어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한 소녀가 금융기관이 아닌 사설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환전을 하려다가 살해당한다.
이병헌과 소녀의 영혼이 대화를 하는데 이병헌은 소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결국은 그 거래 덕분에 내 재산도 고객도 모두 잃고, 친구도 가족도 잃어버린 것 같고...나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자산관리를 하면서 꼭 새겨야 할 말이다.
ELS를 비롯한 다양한 구조화된 상품이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수익 구조가 복잡하면 찬찬히 뜯어봐야 하고, 그래도 모르면 안 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금액만 하는 게 상책이다. 무엇보다 ELS는 장기투자상품에는 부적합하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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