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공 1위' 이다현, 우승도 꿈꾼다… "5라운드 가장 중요"[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4. 1. 27.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현대건설이 독주체제를 갖췄다.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흥국생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더니 4라운드를 마치고 올스타 브레이크에 접어든 현재, 흥국생명에게 승점 8점을 앞서며 1위를 질주 중이다.

현대건설의 독주를 가능하게 만든 선수들 중 이다현(22)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이다현은 올 시즌 '리빙 레전드' 양효진의 아성을 넘고 현재 V리그 여자부 속공 성공률 1위(55.42%)를 기록 중이다.

이다현. ⓒKOVO

좌절의 순간, 위기 속 단단해진 이다현

이다현은 2019~2020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이다현은 첫 시즌부터 26경기, 74세트를 출전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현대건설 또한 선두권 경쟁을 펼쳤다. 프로 첫 시즌부터 우승을 차지할 기회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현대건설을 가로막았다.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뒤 다시 열리지 않았다. 27경기까지 승점 55점으로 1위를 기록 중이던 현대건설은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현대건설의 우승 도전 잔혹사는 2021~2022시즌에도 이어졌다. 당시 현대건설의 신임 사령탑이었던 강성형 감독은 이다현을 주전 미들블로커로 적극 활용했다.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이다현은 속공과 블로킹에서 두루 장점을 나타내며 양효진의 후계자로 자리 잡았다.

현대건설도 호성적을 남겼다. 2021~2022시즌 21경기 만에 역대 최소경기 20승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가 현대건설을 가로막았다. 시즌이 다시 한 번 중단됐고 승점 82점, 28승3패의 성적에도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

2022~23시즌은 코로나19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즌이었다. 일상 속을 파고 들었던 코로나19 방역도 마무리됐고 이로 인해 시즌이 중단될 염려도 없었다. 현대건설은 또다시 연승 행진을 달리며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이번엔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니가 다쳤다. '백전노장' 황연주가 야스빈의 공백을 메우는 듯했지만 결국 시즌 후반부 흥국생명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선 한국도로공사에게 무너졌다.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떨궜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초반 3위와 2위를 오갔다. 지난 시즌까지 강력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비결은 지난 몇 년간 우승에 도전하며 겪었던 힘든 경험들이었다. 이다현도 좌절의 시간 속에 더 단단해졌다.

이다현은 "(저연차 때는) 1라운드 초반 성적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 (시즌이) 취소된 후 느낀 게 있다. 시즌은 정말 길다. 초반에 잘한다고 해서 들 뜰 필요가 없다. 반대로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아도 나중에 역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평정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다인) 세터가 국가대표에 가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짧았다. (초반에) 잘 안 풀려도 희망이 없지는 않았다"고 올 시즌 초반을 되돌아봤다.

양효진(왼쪽)·이다현. ⓒKOVO

개인 기록보다 나만의 기준 정립, 대선배 양효진처럼

현대건설은 올 시즌 중반에 접어들자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1위 흥국생명을 맹추격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모마 바소코, 아시아쿼터 선수인 위파위 시통이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상에서 복귀한 정지윤이 윙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앙에서 이다현이 확률 높은 속공을 성공시키자 현대건설을 막을팀이 없었다.

이다현은 어느덧 올 시즌 속공 성공률 1위까지 손에 쥐었다. 이 부문에서 4시즌 연속 1위를 기록했던 양효진을 2위(51.72%)로 밀어냈다. 그 비결은 놀랍게도 '양효진표 비법노트'에 있었다.

이다현은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 기준이 없으면 잘못했을 때도 어떤 것을 실수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경험을 쌓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며 "이제 저도 A속공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하지만 미들블로커가 A속공 외에도 수행해야 할 공격들이 많다. 그 공격들에 대한 기준이 (아직까지) 부족하다. (양)효진 언니는 이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명품 조언이다. 노트에 적어놓고 있다. 저의 비법노트"라며 선배 양효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다현에게 속공 성공률 1위는 중요하지 않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기술의 기준이 필요할 뿐이다. 올 시즌 막판 이다현이 보완하고 싶은 점은 블로킹이다. 현재 이다현은 올 시즌 블로킹 부문 5위(세트당 평균 0.587개)를 기록 중이다.

이다현은 "기록은 솔직히 중요성을 못 느낀다. 속공 성공률 1위도 큰 의미는 없다. 여러 부문에서 순위권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후반기에는 속공보다 블로킹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공격 부문에선)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나한테 집중마크가 오면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다현. ⓒKOVO

지난 시즌의 아픔,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비법노트를 바탕으로 성장한 이다현을 앞세워 연승가도를 달렸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부진으로 휘청인 흥국생명을 앞질러 1위까지 탈환했다. 이어 4라운드를 6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올스타전 브레이크까지 승점 58점을 수확했다. 2위 흥국생명(승점 50점)과의 격차는 8점 차이다.

이다현은 아직 우승에 대한 단어를 꺼내기 조심스럽다. 우승 목전에서 고꾸라진 시즌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라운드의 중요성에 대해선 누구보다 강조했다. 이다현은 5라운드 호성적을 위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누구보다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다현은 "아직 12경기나 남았기에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5,6라운드에 역전당했다. 5라운드가 정말 중요하다. 승점 8점이면 3경기차다. 여기서 더 벌릴 수 있는지, 따라 잡히게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경기 씩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끝까지 평정심을 지키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강해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빈틈을 찾을 수 없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 일주일의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휴식기가 될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다현은 끝으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우승한 영상을 정말 자주 시청한다. 그 영상을 보면 내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V리그 전설 양효진의 비법을 전수받고 김다인 세터와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속공 1위에 오른 이다현. 늘 발전하고 공격 기술의 기준을 정립하길 원하는 노력형 선수다. 무엇보다 우승을 향한 간절함이 크다. 리그 최고 미들블로커로 성장 중인 이다현이 올 시즌 현대건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지 주목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이다현. ⓒKOVO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