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격 남의 나라 일이었는데"…이재명·배현진 피습[체크리스트]

김민수 기자 2024. 1.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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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민주국가에서 발생한 정치 테러가 시사하는 것
대중 소통·경호 범위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할까 '난제'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강남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뉴스1 DB) 2022.7.11/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 주 의원 10명 중 4명이 3년간 협박이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신년부터 괴한의 공격을 당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진영이나 이념을 떠나 '정치인·공직자 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돼 우려를 낳는다. 그러나 한국이든 해외 선진국이든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테러 방지를 위해 '정치인과 대중 간 소통'을 어느 수준으로 허용하고 정치인 경호 범위는 어느 선까지 규정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

2022년 7월8일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야마가미 데쓰야의 총을 맞고 숨졌기 때문이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며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경호원들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아베 전 총리에게 달려들어 땅에 엎드리게 하거나 방패가 돼야 했다. 그러나 야마가미의 첫발 이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은 없었다. 두 번째 발사 직후에서야 경호원들은 당황하며 방탄 가방을 펼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서부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맞고 쓰러진 현장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10개월도 안 된 지난해 4월15일이었다. 당시 선거 지원 연설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기무라 류지(24)가 사제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아베 전 총리 사건 이후 중요 인물 경호가 강화하고 제복 경관의 배치도 늘었는데도 이 같은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정치인 경호 문제의 답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인을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유권자로부터 완벽히 분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인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포기할 수 없기에 극단적으로 대중과 격리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정치지도자들이 지지층에게 극렬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자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전부를 보호할 수 있을까?

주요 요인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더라도 문제는 모든 공직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대학 브레넌정의센터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주 의원 및 지방 공무원에 대한 협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의원 중 40% 이상이 지난 3년 동안 협박이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약 90%는 괴롭힘·협박·스토킹 등을 당했다고 한다. 지방 공무원 중 40% 정도는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 재선에 출마하거나 고위직에 도전할 의지가 약해졌다고 한다. 해당 설문조사는 50개 주에서 1700명 이상의 주 의원과 지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어느 국가에서든 모든 공직자에 경호 인력을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배 의원의 사례처럼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데까지 경호를 붙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에서 중학생 A군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경호원 없이 개인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회의 일반 의원까지 경호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사설 경비를 쓰거나 수행 비서를 경호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법관이 신변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의사당 모습. 2023.12.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치인·공직자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타격하는 상징적인 사건인 만큼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을 향한 공격은 다른 강력 사건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후쿠다 미쓰루 일본 니혼대학교 위기관리학부 위기관리학과 교수는 지난 2022년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직후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목적이 없더라도 총리나 전 총리 등 고위 정치인을 해하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자신이 뽑은 지도자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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