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선수는 9점만 한다고?" 당구 여제의 항변과 PBA 챔피언의 길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1.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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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김가영이 26일 SK렌터카와 챔피언 결정 6차전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팀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결국 마지막까지 가게 됐다. SK렌터카와 하나카드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최종 7차전에서 우승컵을 다툰다.

두 팀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3-2024' 파이널 5, 6차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SK렌터카가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4 대 2로 승리했지만 하나카드가 6차전에서 4 대 1로 이겼다.

5차전에서는 SK렌터카 주장 강동궁과 강지은 등 '강강 남매'가 2승씩을 거두며 승리를 이끌었다. 6차전에서는 하나카드 김가영과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가 활약하며 멍군을 불렀다.

7전 4승제 챔프전에서 3승 3패로 맞섰다. 두 팀은 27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7차전에서 우승컵과 상금 1억 원을 놓고 격돌한다.

승부의 가장 큰 변수는 체력이다. 올 시즌 선수들은 정규 시즌 5개 라운드에 개인 투어도 7차까지 치른 상황. 여기에 더 큰 집중력을 요하는 포스트 시즌(PS)까지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두 팀은 플레이오프(PO)를 3승 1패로 마쳤지만 챔프전은 매일 승패를 주고받으며 최종 7차전까지 오게 됐다. 6차전까지 양상을 보면 낮 경기에 이긴 팀은 힘이 빠진 듯 밤 경기에서 패배를 안았다. 긴장과 부담이 극에 달하는 경기에 지친 선수들이 잇따라 실수를 범하며 공타에 시달리는 이유다.  

SK렌터카 주장 강동궁이 하나카드와 챔프전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샷을 시도하고 있다. PBA


특히 하나카드는 에스와이와 준PO까지 2경기를 더 치렀다.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 다른 스포츠에 비해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기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당구 여제' 김가영은 6차전 승리 뒤 인터뷰에서 PS 체력 저하에 대해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가영은 "여자 선수는 9점제라 내 경기는 짧게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실전을 준비하고, 또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많다"고 강조했다.

하루 2경기를 하는 일정도 부담스럽다. 김가영은 "낮 경기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은 뒤 워밍업을 하고 또 환복해 밤 경기에 출전한다"면서 "낮 경기가 늦게 끝나면 쉬는 시간 없이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체력을 세이브한다고 해도 하루 10시간 이상 풀로 참여하는 건데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세계 여자 포켓볼을 제패하고 PBA 여자부 최다 6회 우승에 빛나는 김가영도 힘겨운 일정이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김가영은 "에스와이 준PO부터 쉬는 날 없이 경기하고 있다"면서 "그저 버티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팀에 아픈 사람 없이 컨디션에 크게 문제 있는 사람 없이 버티는 건 선수들 본인들이 베테랑으로 체력 관리를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하나카드 김가영(왼쪽)과 사카이가 경기 중 난구에 대한 공략법을 논의하고 있다. PBA

'두 아들의 엄마' 사카이 아야코(일본)도 힘을 내고 있다. 사카이는 "원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PS에 신체 리듬을 맞추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사카이는 또 "식사도 경기 전에는 조금 먹고 아침도 거르며 경기 후 제대로 챙겨 먹는다"면서 "지면 피곤하지만 이기면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번 PS에서 사카이는 16승 7패, 맹위를 떨치고 있다. 

마지막 승부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김가영은 "평소랑 크게 다를 거 없이 준비했던 만큼만 할 것"이라면서 "더 잘 하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하던 대로 즐겁게 할 것"이라고 여제의 여유를 보였다. 사카이는 "팀원 모두 최고의 모습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면서 "내일이 마지막 승부인 만큼 한 큐의 미스도 없이 플레이하는 게 목표"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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