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피습에도 '정치테러 대책' 촉구 못하는 이유는[여의도 속풀이]
국힘, '정치테러' 용어 사용에도 신중…총선 앞 국민 여론 조심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피습 이후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인을 한정해 경호 인력을 강화했을 때 '특권'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고, 다가오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판단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역풍을 우려해 배 의원의 피습을 '정치 테러'로 규정하는 데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포괄적 범위의 테러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27일 여권에 따르면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함께 윤희근 경찰청장으로부터 정치인 피습 사건 발생 관련 현안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26일) 이같은 계획을 밝히면서도 대책의 적용을 받는 대상을 정치인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을 상대로 폭력이나 테러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가,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총선을 74일 앞두고 정치인 피습 관련 대책을 촉구하기는 조심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테러로부터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선 경호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이같은 조치가 국민에겐 정치인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직접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난감한 게 사실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 이후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며 정치개혁 공약들을 발표한 바 있어 이같은 우려에 더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뉴스1에 "안전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며 "한 위원장이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해온 만큼 당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경호 인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인건비, 식비 등 비용이 든다는 걸 의미하고, 국민 혈세가 수십억원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경호 강화와 관련한 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피습을 당한 후 발의된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자로 선출된 자는 경찰 경호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정당의 요청이 있는 중요 정치인에 대해 경찰이 경호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요인경호법 제정안은 여야 의견 차이로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정무적 판단이 아니고서라도 이같은 법안을 발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형평성 문제로 인해 경호 대상 범위를 규정하기도 쉽지 않단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총선 예비 후보자 등도 형평성 문제로 경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또한 배 의원이 당한 습격을 명확하게 '정치 테러'로 정의하고 대책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국민의힘의 고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흉기 피습은 피의자가 특정 당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왜곡된 정치적 신념 때문에 이 대표를 습격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배 의원의 피습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이고 응급입원 조치되면서 정치 신념에 따른 습격인지 밝혀지지 않아, 정치테러로 확신하고 대책을 촉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윤 원내대표도 전날 원내대책회의 등에서 배 의원의 피습사건을 언급하며 '정치 테러'란 단어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정치테러방지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 차원의 응답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차원의 특별 기구 구성 가능성도 현재로선 떨어진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라는 음모론 생산공장을 만들더니 상임위를 음모론 판매 매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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