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XBRL·부동산 PF… 실적 둔화에 새 먹거리 선점 경쟁하는 회계법인들

정민하 기자 2024. 1.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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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전담 조직을 잇달아 설치하고 있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AI, XBRL, 부동산 PF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회계법인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초기 시장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기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조직을 강화하고, 심지어는 기업에 자문료 할인을 제시하는 등 가격 경쟁에 나선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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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둔화에 신성장 사업 찾는 주요 회계법인
AI 센터 만들고, 생성형 AI 플랫폼 출시
XBRL·부동산 PF 등 선점 위해 가격 경쟁도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전담 조직을 잇달아 설치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기업 실적 둔화 등 녹록지 않은 경기 여건에 회계법인들도 타격을 받자 이를 만회하고자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회계법인은 최근 인공지능(AI) 사업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정KPMG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AI 센터를 설립했다. 200명 규모로 구성된 AI 센터에는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몸담고 있다. 삼정은 AI 센터를 활용해 기업의 AI 도입·활용 컨설팅, AI 기반 결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Y한영은 최근 생성형 AI 태스크포스(TF)를 상설화했다. 이 TF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등을 기업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Y한영은 지난해 9월 AI 플랫폼 ‘EY. ai’를 출시하기도 했다. EY가 18개월간 총 14억달러(약 1조8694억원)를 들인 이 플랫폼은 생성형 AI 기능을 비롯해 시장·동종업계 대비 기업의 현 상태를 파악해주는 성숙도 모델도 제공한다. EY는 ‘EY. ai EYQ’라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재무제표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제도 단계적 도입도 회계법인의 핵심 미래 수익원 중 하나다. XBRL은 공시되는 정보(Fact)에 표준이름(Tag)을 붙여 문서를 작성하는 제도다. 투자자가 재무제표나 주석 등을 쉽게 정리·분석해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영어를 비롯한 각국 언어로 자동 변환된다. 국내 상장사는 작년 3분기 실적 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XBRL을 의무 적용하고 있다. 올해 3월쯤 제출하는 2023년 사업보고서엔 주석까지 XBRL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요 회계법인도 일찌감치 XBRL 전담팀을 조직하고 서비스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삼일PwC는 지난해 초 XBRL센터를 신설하고 디지털 전담팀을 꾸려 기업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삼정KPMG도 2022년 8월 TF를 출범시켰고, EY한영 회계법인도 감사 부문 내 회계·재무자문서비스본부에 스마트 XBRL 서비스 전담팀을 꾸렸다. 딜로이트안진은 XBRL 전담 센터를 만들고 4대 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인력인 40여명을 투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영등포구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뉴스1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자문 영역도 회계법인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장이다. 삼일PwC와 삼정KPMG는 지난해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센터를 만들었다. 삼일은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겪어본 인력을 주축으로 9명 규모의 팀을 꾸렸고, 삼정은 부동산 서비스 전문 본부인 10본부를 신설했다.

4대 회계법인이 연달아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건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4대 회계법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회계법인의 매출액 총합은 2조8000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보다 11.9% 늘었다. 반면 회계법인 전체 영업이익은 344억원으로, 같은 기간 582억원(62.9%) 줄었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AI, XBRL, 부동산 PF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회계법인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초기 시장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기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조직을 강화하고, 심지어는 기업에 자문료 할인을 제시하는 등 가격 경쟁에 나선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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