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업 17개월 만에 기업가치 1000억 돌파한 파네시아... 정명수 대표 “AI 시대 데이터 처리 증가로 ‘CXL’ 수요 늘 것”

대전=전병수 기자 2024. 1.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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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데이터 처리 늘면서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 각광
정명수 카이스트 교수와 카이스트 출신 석·박사들이 연구 주도
2022년 8월 창업해 기업가치 1034억원 인정 받아
“CXL 스위치도 개발 완료… 차후 양산 계획”
“HPE서 초청… CXL 기술 활용 방안 논의”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파네시아 제공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 인공지능(AI) 가속기 등을 연결해 연산 정보 공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통신 규약이다. CXL을 활용하면 이론상 D램 용량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 연산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 2.0 D램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욜그룹은 세계 CXL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명수(44) 파네시아 대표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다. 정 대표는 2019년부터 카이스트 출신 석·박사 인력들과 CXL 연구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2019년 인텔 주도의 CXL 프로토콜이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해오던 데이터 공유 관련 연구 방향을 CXL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CXL 원천 특허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8월 CXL 설계자산(IP) 스타트업 파네시아를 설립했다. 파네시아는 세계 최초로 CXL 3.0 IP를 개발했으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서 메모리 용량 제한이 없는 CXL 탑재 AI 가속기를 출품해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 대표는 “오랜 기간 CXL IP 연구에 집중해 CXL 관련 원천 특허를 보유한 것이 글로벌 기업에 앞서 CXL IP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네시아는 지난해 9월 160억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투자금을 유치해 과제 지원금을 포함해 23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034억원을 인정받았다. 파네시아는 CXL IP뿐만 아니라 CXL에 탑재되는 디바이스들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인 ‘CXL 스위치’까지 개발한 상태로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정 대표는 “CXL 스위치는 올해 3~4분기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실리콘 검증을 완료하고, 추후에는 양산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파네시아는 메타와 ARM, HPE(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등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정 대표는 “AI 시장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연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연산 효율까지 제고할 수 있는 CXL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CXL 테크데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CXL의 필요성은 업계에서도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고객사들의 사업성 검토가 끝나는 시점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CXL 2.0, CXL 3.0, 3.1 IP를 빠른 시간에 개발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책을 CXL 장치라고 했을 때 CXL 1.1은 각 사용자의 개인방에 있는 책장 정도의 환경을 제공하고, 2.0은 동네 서점 정도로 책을 풀링(Pooling)한다. 풀링은 서버 플랫폼에서 여러 개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여러 호스트가 풀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동네 서점에서 누군가 빌려간 책은 다른 사람이 빌려갈 수 없다는 점에서 풀링을 이해하면 된다. CXL 3.0·3.1은 전자책을 모아둔 온라인 서점으로 보면 된다. 누군가 보는 동안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다.

책을 CXL 장치라고 가정했는데, 온라인 서점을 생각해보면 서점 자체도, 그리고 책도 공급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2.0과 3.0은 기능적인 면과 성능 상의 차이가 있다. CXL 3.0·3.1의 하드웨어들은 CXL 2.0의 두배 속도인 64GT/s에서 동작해야 한다. 파네시아는 이러한 차이를 구현하는 CXL 스위치와 종단간(End-to-End) 프로토콜, 하드웨어 기능, 소프트웨어 스택에 대한 다양한 특허를 CXL이 정립되기 전에 확보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앞서 CXL IP를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파네시아는 설립 이전부터 CXL의 구동과 데이터 공유 환경 구축에 필수인 하드웨어 설계자산(IP)들과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고 있었다. 때문에 CPU와 AI 가속기 등을 잇는 종단간 연결에 대한 원천 특허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빠른 시간에 CXL 3.0, 3.1 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금도 메모리나 프로세서 등에 특화해 CXL을 개발하는 기업들과 달리, 종단간 연결 연구에 몰두하며 CXL 전반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CXL 생태계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

CXL IP뿐만 아니라 멀티레벨 CXL 스위치까지 개발한 상태다. CXL 스위치는 최신 공정에서 올해 3~4분기 MPW 실리콘 검증을 완료하고, 추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CXL 스위치는 CXL에 탑재되는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들을 다수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CXL에 머리와 팔, 다리 역할을 하는 각종 기기들을 잇는 몸통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CXL 스위치 원천 특허도 보유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CXL 2.0 IP나 3.0·3.1 IP가 어느 시점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CXL 상용화가 섣불리 이뤄지긴 어렵다. 종단간 통신이 가능한 대형 시스템 구현은 IP 기업 혼자서 추진할 수 없다. CPU, AI 가속기,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에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각 기업이 CXL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CXL 생태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CXL은 단순히 연구와 개발의 영역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 사업성을 고려해야 한다. CXL을 메모리 사업에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넣는 것이 사업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담고 처리할 수 있는 초대용량 메모리의 필요성과 CXL 활용의 수익성은 인지하고 있다. 잠재 고객사와 미팅할 때도 사업의 수익성까지 포함해 자문하고 있다.”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과 CXL 관련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데.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머신러닝 서비스의 정확도를 2%포인트(P)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메모리를 10배 늘려야 한다. 정확도가 2%P 증가하면 빅테크 기업의 매출은 4%P 가까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다. AI 시장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통신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연산 효율까지 한번에 제고할 수 있는 CXL 수요도 확대될 것이다.

HPE에서도 파네시아를 초청해 단독으로 대규모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버 회사들 입장에서도 앞으로 처리해야 할 대용량 데이터들이 많아지면 결국은 CXL 종단간 통신이 되는 구조를 탐색할 수 밖에 없다. HPE가 서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네시아의 CXL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XL IP와 스위치 외에 도전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바이오 정보과학 데이터 처리와 벡터 서치, 딥러닝 기반 추천 시스템이 들어간 고성능 CXL 메모리 장치와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되는 CXL 메모리 장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통신 기법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있어 CXL 외에도 실리콘 칩과 칩을 연결하는 칩렛(Chiplet) IP, DDR 등의 메모리 컨트롤러 IP들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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