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예상 영업익 17배 급증하며 주가 껑충… 파업·매각 등 변수는 많네
올해 예상 영업이익, 작년比 32% 늘어난 7557억원
하팍로이드 해운동맹 이탈 예정은 불확실성 요인
노조 파업과 매각 난항 등도 변수
HMM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불과 한 달 만에 크게 개선돼 주식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영업이익 예상치는 기존보다 17배나 급증했다. 각국 선박이 친(親)이란 반군 세력의 공격을 피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해상운임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덕분에 최근 주가도 급등했다.
다만 HMM이 속한 글로벌 해운 동맹에서 대형 선사가 빠져나가는 악재가 예정돼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노조 파업, 매각 협상 난항 등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 상태다. 시장 참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운임 상승에 주가도 껑충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매출액 2조4150억원, 영업이익 5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출액 1조973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으로 예측했는데, 한 달 만에 치솟은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 전망은 1개월 전과 비교해 약 17배 급증했다.
HMM 실적 전망치가 훌쩍 뛴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인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작년 11월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수에즈 운하 주변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영 등 연합군은 예멘의 후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박들은 안전을 위해 지름길인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실정이다. 루트 변화는 해상운송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국 상하이 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일보다 121% 오른 2239.61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달 15일 1만5370원이던 HMM 주가는 26일 기준 1만9680원까지 상승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에 따른 수에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5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 해운 동맹서 세계 5위 선사 이탈은 악재
HMM이 속한 글로벌 해운 동맹에서 이탈하는 선사가 발생하는 건 악재다. 현재 전 세계 해운 동맹은 ‘2M’(스위스 MSC·덴마크 머스크), ‘오션 얼라이언스’(프랑스 CMA CGM·중국 코스코·대만 에버그린), ‘디 얼라이언스’(독일 하팍로이드·일본 ONE·한국 HMM·대만 양밍) 등 크게 세 개다. 해운 동맹은 선사 간 항로를 공유하기 위해 운임 등을 합의하는 협력 관계라 영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는 HMM이 포함된 ‘디 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팍로이드는 디 얼라이언스 내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진 세계 5위 선사다. 이 회사는 2M에 속한 세계 2위 선사 덴마크 머스크와 내년 2월 새로운 해운 동맹인 ‘제미니 협력’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 새로운 동맹이 등장하면 디 얼라이언스의 시장 점유율은 19.4%에서 11%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해운 동맹이 종료될 땐 기존 화주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보니 운임 하향 안정화 경쟁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장은 HMM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동맹 종료 시점까지 1년 정도 남은 상황이고, 2025년 운임을 협상하는 단계도 아니라 올해 실적엔 크게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HMM의 연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7.87% 늘어난 9조925억원,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7557억원이다. 해운 동맹이 재편되는 2025년 예상 매출액은 9조276억원,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41.50% 급감한 4421억원으로 전망된다.
◇ 노조 파업에 매각 협상 난항도 골치
해운 동맹 이슈 외에도 HMM 앞에 놓인 장애물은 또 있다. 우선 HMM 해원연합노조(해원노조)가 임금 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한 후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팬오션(하림그룹)의 자금조달 계획이 명확하지 않고, 6조4000억원의 인수 자금 중 자기자본이 1조원도 채 되지 않아 인수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협상이 2주 연장되는 등 불확실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양측은 지난달 21일 킥오프 미팅을 통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동 분쟁이 길어질수록 HMM의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노조 파업과 매각 난항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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