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에 부품 공급… CTR, 매출 2兆 눈 앞

창원=이은영 기자 2024. 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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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기 오너 2.0] 강상우 CTR그룹 대표
“글로벌 기업처럼”… 쇄신으로 생산성 제고
4년 만에 매출 70% 성장… 2조 매출 눈앞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2013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 안 되던 전기차 부품 수주를 적극적으로 받았다. 당시 내부에선 반대가 많았지만 일찍 전기차 부품에 뛰어든 덕분에 연 매출 2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강상우 CTR 그룹(옛 센트랄)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그때 구상했던 것의 90%는 이룬 것 같다. 이를 기반으로 또 다음 10년을 준비해 나갈 차례”라고 말했다.

강상우 CTR그룹 대표가 지난 22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 중견기업인 CTR은 경량화된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을 만들어 현대차, GM, 포드 등 완성차 회사 43개사에 납품하고 있다./창원=이은영 기자

CTR은 72년 업력의 자동차 부품 회사다. 경량화된 스티어링(조향장치)과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주로 제조한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은 자동차의 주행 안정성과 직결되는 부품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 43개사가 CTR의 부품을 쓴다. CTR은 국내 10개 공장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에도 공장을 한 개씩 두고 있다.

강 대표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수백㎏ 무거워 차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CTR은 알루미늄으로 철을 대체해 견고함을 유지하면서도 부품 무게를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엔 CTR의 부품이 들어간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회사도 CTR의 부품을 쓰고 있다.

CTR이 생산하는 컨트롤 암. 철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견고하면서도 가볍다. /창원=이은영 기자

◇ ‘셀프 경영수업’ 택한 오너 3세… “조직문화 바꾸니 생산성 올라”

대표 취임 2년 차를 맞은 그는 오너 3세다. CTR은 고(故) 강이준 창업주가 1952년에 부산 국제시장에서 ‘신라상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2세 강태룡 회장에 이어 강 대표가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다. 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현대차에서 5년간 일하며 자동차를 배웠고, 2013년 기획팀 과장으로 CTR에 입사했다.

강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로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꼽았다. 그는 “회사에 친인척과 지인이 여럿 있었다 보니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메일을 쓸 줄 모르거나 직원에게 막말하는 임원도 있어 직원들이 일하기 불편한 상황이 보였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과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강 대표는 2016년 부친을 모시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만나 현지 문화를 보여줬다.

이후 역량이 부족한 경영진은 과감히 내보냈고 조직문화도 대폭 개선했다. CTR은 직급 대신 ‘님’ 호칭을 쓰고 높임말만 사용한다. 경영진 의전도 없앴다. 서류 결재는 상급자 결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병렬 결재를 도입했다. 연차는 상급자 결재가 필요 없다. 협업 툴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직원 간 소통은 더 명확해졌고 업무 처리는 빨라졌다.

그래픽=정서희

강 대표는 “아버지가 오너 2세였다는 것을 대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하려다가 이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입사 후 훌륭하다는 창업가들에게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고 찾아갔다. 70대 창업주부터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까지 폭넓게 만나며 창업가, 기업가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활발히 하고 있다. CTR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총 15개 회사에 284억원을 투자했다. CTR은 글로벌 협업 툴 스윗(Swit)의 주주이자 1호 도입 기업으로, 국내 총판도 맡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엠블(MVL)에도 초기 투자했고, CTR이 생산 현장에 도입한 품질검사 로봇을 만드는 아이브에도 투자했다.

HD현대로보틱스의 로봇팔이 투입된 CTR 창원 공장. 부품 제조부터 조립, 포장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 돼 있다. /창원=이은영 기자

◇ “다음 시장은 중국… 中 공장, 상반기 내 100% 확충”

CTR이 올해 역점을 두는 시장은 중국이다. 강 대표는 “중국 전기차는 내수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품질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그다음은 수출이다. 이미 지난해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는 중국이 됐다”고 말했다. CTR은 지리(Geely) 등 10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 장가항 공장을 100% 확충해 생산량을 두 배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오는 4~5월에 완공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루미늄 소재 사업도 논의 중이다. CTR은 PIF와 폭스콘이 합작한 사우디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모터스를 수주했는데, 단순히 여기에 알루미늄 부품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CTR이 사우디 현지에서 직접 생산까지 한다는 구상이다. 부품 제조를 알루미늄 소재 개발 사업으로 확장해 방산, 항공, 건축 영역에도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선 꾸준히 연구개발(R&D)을 이어가 제품군을 늘려갈 예정이다. 강 대표는 “우리만의 핵심 기술인 알루미늄 단조(鍛造) 기술을 활용해 경량화된 전기차 부품을 더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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