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나문희·김해숙, 전성기 끝 없는 황혼의 여배우들 [N초점]

정유진 기자 2024. 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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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데이즈'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황혼기에 접어든 여배우들이 절정의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오는 2월7일 개봉하는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는다. 2021년 선보였던 '미나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영화에서 그는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하나 뿐인 가족 완다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한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의지해 사는 노년의 여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1947년생으로 1966년 TBC 공채 3기 탤런트 출신인 윤여정은 '화녀'(1971) '충녀'(1972) 등 거장 김기영 감독 영화들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화려한 70년대를 보냈다. 70년대 '강변 살자' '사랑과 슬픔의 강' '박마리아'(이상 1970) '장희빈'(1971~72) '여고 동창생'(1976)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그는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후 도미해 70년대 후반과 80년대를 미국에서 보냈다. 10여년의 결혼 생활로 배우 생활을 멈췄던 윤여정은 1980년대 중반, 이혼과 함께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고, 여러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다시 안방 극장을 사로잡았다.

스크린에서 윤여정의 재발견을 이뤄낸 작품은 '바람난 가족'(2003)이었다. 임상수 감독의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파격적인 캐릭터 홍병한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홍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 이재용 감독 등 당대 작가주의 감독들과 협업하며 젊은 시절 못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윤여정의 행보는 동년배 여배우들 중에서는 독보적이었다. 전형적인 어머니나 할머니 역할을 벗어난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만의 자리를 구축한 그는 2021년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경력의 절정을 맺었다. 올해 해수로 데뷔 59년차를 맞이한 그는 설 연휴 기대작에 출연, 유해진, 탕준상 등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충무로의 대세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당당히 활동 중이다.

'소풍' 스틸 컷

1941넌생 배우 나문희 역시 윤여정과 함께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몇 안 되는 70~80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성우 출신 나문희는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 출신으로 각종 드라마와 만화에서 목소리를 연기했다. 80년대와 90년대 연기자로 수십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나문희는 '바람은 불어도'(1995)에서 이북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역할로 큰 인기를 끌었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조금씩 더 작품에서 부각되며 입지를 다져온 나문희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07)에서 이순재의 아내 나문희 역할로 남녀노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아들 이준하(정준하 분)와 함께 먹는 것을 밝히는 그의 캐릭터는 항상 며느리 박해미에게 당하는 가련한 시어머니로 웃음을 줬다. 나문희와 박해미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던 '호박 고구마' 에피소드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나문희 역시 90년대부터 스크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왔다. '영어 완전 정복'(2003) '너는 내 운명'(2005) '열혈남아'(2006) '화려한 휴가'(2007)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하모니'(2010) '육혈포 강도단'(2010)에 이어 2014년 '수상한 그녀'에서는 심은경과 2인1역을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 캔 스피크'(2017)에서는 자신의 삶을 알리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할머니 나옥분을 연기해 그해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 청룡영화상에서 연이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문희는 오는 2월7일 개봉을 앞둔 '소풍'에서 사돈지간이자 절친인 친구 금순과 열여섯살의 추억이 담긴 남해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은심을 연기했다. 실제 오래된 절친이자 선배인 김영옥과 호흡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씁쓸한 현실을 맞이한 노년의 여성을 호소력 짙은 연기로 보여준다.

'3일의 휴가' 스틸 컷

1955년생인 김해숙은 최근에는 '3일의 휴가'로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해 12월6일 개봉한 영화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다. 김해숙이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를 연기했다.

김해숙 역시 윤여정, 나문희의 뒤를 이어 영화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여배우다. 1975년 MBC 7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김해숙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영화에서도 활약했다. 2000년대 들어 '국화꽃 향기'(2003) '우리 형'(2004) '몽정기2'(2005) '해바라기'(2006) '무방비 도시'(2008) '경축! 우리 사랑'(2008) '박쥐'(2009) '친정엄마'(2010) '마마'(2011) 등 한국 영화 대표작들에서 꾸준히 남다른 활약을 보였던 그는 천만 영화 '도둑들'(2012)의 씹던껌 역할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맛봤다.

김해숙은 60대에 접어들어서도 활발한 활약을 보였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나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죄와벌'(2017) 등 작가주의 영화와 상업 영화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롱런하는 여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올 초 개봉한 '외계+인' 2부에서도 모습을 비치며 반가움을 안겼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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