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김덕훈 중용은 자충수…숙청 피하려고 성과 과장"
"경제난 극복 가능성 희박…단기적 성과 집중 위해 자원 배분 왜곡"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숙청 위기를 '극복'한 김덕훈 내각총리를 재신임 및 중용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가 숙청을 피하기 위해 단기 성과에 집중하고 성과를 과장해 경제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슈프리프 '북한판 흙수저인 내각총리 김덕훈의 운명은'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김 총리는 노동자 집안 출신으로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2001년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2003년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일했다. 2011년 12월 자강도 인민위원장에 임명됐으며 2014년 내각부총리를 맡으며 중앙으로 진출했고, 2020년 내각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는 혈연, 지연을 바탕으로 한 '좋은 성분'의 출신이 아닌데도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아 내각총리에 오르며 '흙수저 성공 신화'를 이뤄낸 인물로 꼽힌다. 그랬던 김 총리는 지난해 8월 강원도 안변군 침수피해와 관련 김 총비서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고도 '당적 검토' 대상이 되며 숙청 위기에 몰렸지만, 이례적으로 자리를 유지할 만큼 김 총비서의 신뢰를 받고 있다.
김 총리는 김 총비서의 '스트레스 극복용 아바타'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평가다. 김 총리에게 경제 문제를 일임한 것은 사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내각총리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뜻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수령 유일독재 체제는 각 실무부서가 국가 정책을 모두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 집행하는 구조"라며 "지나치게 방대한 업무량과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지도자는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8차 노동당 대회 이후 내각책임제 강화라는 명분으로 젊은 김덕훈을 전면에 내세웠고, 당·군 관료가 아닌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를 통해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구도를 만들어 주민들의 불만을 내각총리에게 돌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총비서가 김 총리에게 내치를 맡기는 현상이 장기화될수록 김 총비서의 통치력을 저해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예측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 총리가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고질적 경제난을 해결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임을 알고 있을 것으로 봤다. 그 때문에 자신이 경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숙청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성과를 과장하고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북한 경제의 자원 배분을 왜곡해 체제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게 김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최우수 10대 기업은 주로 건설·농수산업 업체들로, 철강, 화학, 전력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는 전혀 없었다"라며 "이는 비정상적인 북한의 자원 배분과 산업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김덕훈 내각'이 주도하는 경제 관리 강화는 북한의 권력 기관 간 분열을 촉진하고 주민들에게는 당국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김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책임제는 그동안 당·군 특수기관이 담당했던 무역활동 등 이권 사업을 내각으로 이전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김 총리가 경제 주도권을 강화할수록 체제를 보위하는 보위성, 정찰총국, 군 등 특수단위의 불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김 총비서가 집권 초 기업책임관리제, 포전담당책임제 등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시도했는데, 최근 다시 내각을 중심으로 식량과 각종 가용 자원을 끌어모으고 국영사업망을 복원하는 등 과거의 수탈적 중앙관리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런 조치는 결국 주민들의 제한적인 경제활동조차 더 억압해 식량난과 생활고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생활고가 심해질수록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에 대한 반감도 비례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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