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없는 건설업, 이렇게 합니다"...DL이앤씨, 재무건전성 '주목'

최지혜 2024. 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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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우려 비껴간 유일한 건설사"
증권가 호평 속 주가도 상승세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유명한 DL이앤씨는 건설 업계의 유동성 리스크와 PF 대출 부실 우려 등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다. DL이앤씨 본사 사옥.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DL이앤씨의 모습이 대조돼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등 실적 자체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유동성을 갖춰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7일 DL이앤씨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PF 보증 대출잔액은 6082억 원 수준이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상장 건설사들은 대다수 1조 원 이상의 PF 보증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상장사의 PF 보증 대출잔액은 △현대건설 2조2616억 원 △삼성물산 1조8271억 원 △GS건설 1조7255억 원 △대우건설 1조1107억 원 등이다.

부채비율도 안정적이다. DL이앤씨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까지 91%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건설 업계에선 200% 이하를 건전성 지표로 삼는데, 이를 한참 하회하는 낮은 수준이다.

낮은 부채 규모를 유지하면서 보수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기조를 이어 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과거부터 시행사에 제공하는 PF 등 신용공여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며 "이에 업황에 따른 수주액이나 실적의 등락이 크지 않았으나, 이같은 리스트 관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최근에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하나증권은 DL이앤씨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1295억 원, 영업이익 1368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6% 줄고 영업이익은 13.8% 늘어난 수치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택사업 부문의 마진 상승으로 4분기 실적 호조를 전망한다"며 "이와 함께 플랜트 부문 실적 증가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벌 수 있는 이익 체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인정적인 유동성 관리로 증권가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동률 기자

다만 지난해 전체 실적 기준으론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DL이앤씨의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을 7조7876억 원, 영업이익 3792억 원을 낼 것으로 봤다. 전년보다 매출은 3.9% 오르고, 영업이익은 23.7% 하락한 수치다.

아직 공시되지 않은 4분기를 제외한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은 5조6581억 원, 영업이익 24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9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5.65% 감소하며 내실을 챙기지 못했다.

영업이익 감소에도 DL이앤씨에 대한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높은 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업계가 추산하는 실질 PF 규모는 실제 보증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의 PF 관리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DL이앤씨의 도급 사업 PF 보증 규모는 3150억 원(자기자본 규모 대비 7.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PF 보증 규모 가운데 위험성이 미미한 도시정비사업분을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DL이앤씨는 PF 구조조정 사이클을 비껴갈 수 있는 유일한 건설사"라며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선제적으로 재무 안정성을 관리하며 외연을 확장했던 DL이앤씨의 모습이 재연되는 때"라고 호평했다.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뛰는 추세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3만3650원에 거래를 마친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선 장중 최고 4만1500원까지 올랐다. 이번 주(26일 기준) 역시 3만8800원에 장을 마치며 전일 대비 4.02% 올랐다.

주가 상승세는 회사의 자회사 편입 결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0월 DL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공시했다. DL건설 주주가 보유한 DL건설 주식을 DL이앤씨에 이전하고 DL이앤씨는 신주를 발행해 주식교환 대상 주주에게 교부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영역이 겹치는 자회사와 이중 상장된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식 교환은 DL이앤씨에 중립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신규 착공 지연에 따른 주택 실적 둔화 전망에도 시가총액 이상의 순현금과 주가순자산비율(PBR) 0.25배의 저평가 등을 감안하면 DL건설 매입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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