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일본의 달 탐사선 슬림(SLIM)이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현재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이번에 성공한 일본을 포함해 총 5개국뿐입니다. 작년 8월에 찬드라얀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함에 따라 인도가 4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따르면 슬림은 내려오던 중에 속도제어에 이상이 발생해 똑바로 착륙하진 못했고, 그 탓에 태양광 장치가 태양광을 받기 어려운 각도로 놓여 얼마 있지 않아 전원이 꺼져버렸습니다. JAXA 관계자들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전원이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탐사선의 달 착륙 성공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일본이 우주, 즉 외기권(外氣圈)에서도 전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세계 최강대국들은 우주에서의 전략적 경쟁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대공미사일이 못 미치는 대기권의 높은 곳도 강대국 정찰기들은 제집 드나들 듯하지만 대기권 밖 우주 공간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정찰만이 아니라 이런 외기권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게 되면 언제든 적을 향해 높은 곳에서 아래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달에서는 달의 남극 탐사가 매우 중요한데, 그곳에 얼음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여기에서 에너지원이 되는 수소와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추출될 수 있어서 장기간 거주와 탐사가 가능하게 됩니다. 현재 달의 남극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미중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또 다른 남중국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빠른 시일에' 방문할 의향을 보였다고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푸틴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입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 측이 불만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2기 출범을 기대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중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에 밀착하는 것도 이러한 외교 전략에 맞춘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미 협상을 위해 '중국 진영에 속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인도 모디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힌두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모디는 인도 북부의 아요디아에서 힌두교 라마(Ram) 신을 모시는 힌두 사원 봉헌식에 참석했고 이 대대적인 종교행사를 위해 많은 주에서는 이날을 휴일로 지정했으며 봉헌식은 인도 국내 TV뿐만 아니라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도 생중계됐습니다.
문제는 이 사원의 장소입니다. 이 힌두 사원의 부지는 16세기 무굴제국 때 지어진 이슬람 사원이 있던 곳인데 힌두 교도들은 이것이 힌두 신 라마의 출생지로서 원래는 힌두 사원이 있었던 곳이라고 믿습니다. 1992년 이 부지를 둘러싸고 유혈사태가 벌어졌는데 힌두 민족주의 단체가 이슬람 사원을 파괴했고 그 여파로 힌두-이슬람 사이에 종교적 충돌이 발생해 무슬림 20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폭동은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최악의 참사였습니다. 이렇게 500년 된 이슬람 사원이 파괴된 자리에 이제 대규모의 힌두 사원이 세워졌고 인도 최고지도자인 모리 총리가 공식적으로 참석해 축하했습니다. 모디는 1992년 유혈사태 당시 "아요디아에 힌두사원이 들어설 때까지 이곳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사원이 세워진 이제 돌아와 축하를 하게 된 것입니다.
힌두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모디 총리의 이번 봉헌식 참석으로 인도는 종교와 정치가 일치해가는 경향을 강화하게 됐고 2억 명이나 되는 무슬림들은 2등 시민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달 봉헌식을 앞두고 무슬림 공동체는 외출을 삼가고,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지 말고, 무슬림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지 말라는 내용을 공유하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습니다. 인도는 오는 4~5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힌두-무슬림 종교 갈등이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모디 총리는 오히려 이 갈등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소말리랜드가 해안지역을 에티오피아에 임대해 주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소말리아를 공식 지지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원래 해안을 끼고 있던 나라인데 1990년대 초 전체 해안가 지역이 에리트레아라는 이름으로 독립해버리면서 바다에 접근할 수 없게 돼 경제발전에 큰 지장을 받게 됐습니다. 글로벌 물류는 대부분 운송비가 싼 해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안이 없는 내륙국은 무역과 경제성장에 애로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말리아 북서쪽에서 '소말리랜드'라는 이름으로 독립하려는 지역이 에티오피아에 손을 내밀고 에티오피아와 연결된 해안가 지역 일부를 장기 임대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차'(租借)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소말리랜드는 아직 국가승인을 많은 나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인데 에티오피아에게 이런 이익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동맹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만일 이번 '조차'가 합의돼 에티오피아가 실제로 소말리랜드 해안지역(공식적으로는 소말리아 영토입니다.)에 항구와 해군기지를 건설하게 되면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이집트 대통령이 '소말리아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은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북아프리카 최대 군사강국인 이집트가 소말리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됩니다. 에티오피아로서는 주춤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GDP가 지난 4사분기에 3.3%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0%를 도는 수치입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당분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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