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할리 베리는 왜 유산균 사업에 뛰어들었나[월드콘]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영화 '007 어나더데이'에서 본드걸로 활약했던 여배우 할리 베리가 유산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대부터 2형 당뇨를 앓고 있다는 베리는 건강보조제 기업 '펜돌름 테라퓨틱스'(이하 펜돌름)를 만난 뒤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 회사의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로 활동 중이다.
커트클리프 CEO는 지난해 8월 두 번째 포브스 인터뷰에서 딸이 생후 한 달 간 항생제를 집중 투약받은 탓에 장내 유익균까지 모두 잃어버리게 됐다면서 "어쩌면 (창업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커만시아는 산소에 매우 취약한 혐기성 균주라 배양이 쉽지 않다. 커트클리프 CEO는 다국적 제약사 엘란 파마수티컬스, 나스닥 상장사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 등에서 연구 경력을 축적한 인물이다. 10년 연구 끝에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특허를 취득한 뒤 산소 제거가 가능한 유산균 발효 공장을 샌프란시스코에 지었다. 커트클리프는 "무산소로 아커만시아 대량 배양 공정을 보유한 곳은 우리 뿐"이라고 했다.
베리를 펜돌름에 투자하게 한 제품은 혈당 조절을 위한 식품보조제 '글루코스 컨트롤'이다. 베리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펜돌름 제품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존스홉킨스, 메이요 클리닉과 함께 미국 4대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베리는 "3~4개월 복용 후 혈당 관리가 훨씬 쉬워졌음을 느꼈다"며 "커트플리프 CEO를 만나 투자는 물론 제품을 알리는 데 일조하게 해달라고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고 했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퍼시픽바이오 재직 시절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유익균을 연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회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커트클리프는 "그 때 (회사에서 받은) '아니오'는 이후 (창업 과정에서 이어진) 수많은 거절의 시작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2020년에는 미국 민간 광고감시기관 '전국광고국'(NAD)에서 '혈당 내 글루코스 수치 저하' 문구를 광고에 넣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이런 문구는 의사가 처방하는 의약품에만 써붙일 수 있다는 것. 커트클리프 CEO는 검증자료들을 보내 이의를 제기했고 NAD도 이에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당뇨 환자들에게만 광고하도록 권고했다. 커트클리프 CEO는 "(NAD의) 검증을 받았던 셈"이라며 전화위복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펜돌름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지는 않았다. 사용 균주와 배양 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전함'(GRAS) 인증을 받았다. 유익균이 FDA 정식 승인을 받으려면 의약품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돌름이 제품을 식품보조제로 출시한 것은 사업성을 위한 선택일 수 있으나,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균을 섭취할 경우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0월 FDA는 질병 치료, 예방 명목으로 조산아에게 유익균을 투약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며 관련업체들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펜돌름 측은 포브스에 "폐경 여성의 골밀도를 향상시키는지 여부 등을 포함해 여러 검증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자사 제품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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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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