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클롭, 리버풀 떠난다...우리 시대 최고의 명장과의 짧은 작별
“아르센 벵거 감독은 공을 소유하는 것과 패싱 축구를 좋아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나는 헤비메탈을 더 좋아한다. 나의 축구는 고요한 축구가 아니다. 격렬하게 싸우는 축구다.”
눌러 쓴 모자. 덥수룩한 수염. 거침 없는 세리머니. 그리고 포효. 마치 그의 모습처럼 리버풀의 축구는 역동적이었다. 헤비메탈과 같이 격렬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투쟁하며 다이나믹한 축구 세계를 펼쳤던, 우리 시대의 명장과의 작별이 다가왔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56)이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난다.
클롭 감독은 2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팀을 떠날 것이다. 우리 팀, 우리 도시, 우리 서포터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이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직을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롭 감독과 리버풀의 종전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였지만,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잔여 계약은 자동적으로 무효화될 전망이다.
인터뷰에서 클롭 감독은 “나는 에너지가 고갈됐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동시에 이 일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감독직을 더 수행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은퇴 등의 형식을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잠정 휴식기를 갖겠다는 의미다.
리버풀 역대 최고의 감독이었다. 2015년 10월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클롭 감독은 283승 105무 78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클롭 감독 체제에서 리버풀은 60.7%의 승률을 기록했는데, BBC에 따르면 이것은 역대 50경기 이상을 지휘한 감독 가운데 최고 승률이다.
특히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기준으로 올 시즌까지 310경기에서 199승 74무 44패를 기록, 리버풀 역대 감독 가운데 최다승 1위에 올라 있다. 시즌 도중 부임했던 2015-16시즌 최종 8위에 그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5위 아래로 리그 성적이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 2022-23시즌 5위가 풀타임 시즌 최하 순위다. 그 외엔 모두 4위권 이내에 들었다.
또한 리버풀을 2019-20시즌 리그 우승, 2021-22 FA컵 우승으로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단지 프리미어리그에 국한된 업적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2018-19시즌 ‘안필드의 기적’을 연출하며 유럽축구연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을 제패했다.
이스탄불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리버풀 구단 역대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FIFA가 선정한 최고의 남자 감독에 이름을 올리며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던 클롭 감독이다.
결과적으로 클롭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고갈됨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1월 사퇴를 일찌감치 결정했다는 고백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사퇴를 전한 인터뷰에서 클롭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면 다음 시즌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기 마련이다. 다음 시즌 영입, 여름 훈련 캠프 등에 대해 논의를 할 때 ‘내가 이 일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스스로가 이런 생각을 한 것에 대해 놀랐다”며 지난해 11월 리버풀에 시즌이 끝난 뒤 떠날 것임을 밝혀둔 상태라고 전했다.
올 시즌 리버풀은 리그 21경기를 치러 20경기를 소화한 2위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승점 42점으로 동률인 3위 아스널, 4위 아스톤 빌라 등에 승점 5점 차로 앞선 1위를 기록 중이다. 14승 6무 1패, 47득점 18실점 득실차 +29로 내용이나 결과면에서 모두 압도적으로 가장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우승이 가까워진 올 시즌이다.
클롭 감독은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이겨놓은 뒤 작별을 고하면 되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비밀을 그렇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비밀이 유지된 것도 놀라운 일”이라며 시즌 도중 사퇴를 발표한 이유를 전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리버풀이 클롭 감독의 시즌 후 사퇴로 일종의 ‘레임덕 현상’을 겪으며 우승 레이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클롭 감독 역시 “100% 이해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도르트문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번 발표 이후 나는 남은 시즌에 100%의 자세로 임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4-15시즌 도르트문트는 7위에 그치며 부진했고, 클롭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클롭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도르트문트가 2010-11, 2011-12시즌 연속 우승, 2012-13, 2014-14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의 반열에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클롭 감독의 말대로라면 시즌 도중 사퇴 결심을 했던 마지막 해는 도르트문트도 영향을 받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리버풀 역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반대로, 유종의 미를 만드려는 클롭 감독과 리버풀 선수단의 의지가 더 강하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도 있다.
클롭 감독은 명장인 동시에 괴짜였고, 도전적인 천재였으며 프리미어리그와 세계 축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0-01시즌 FSV 마인츠에서 시즌 도중 감독으로서 1군 사령탑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은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완성해 가면서 ‘클롭의 축구’를 점차 다져갔다. 그리고 2008-09시즌 도르트문트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 분데스리가의 절대거함 바이에른 뮌헨을 무너뜨리며 특유의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을 완성했다. 독일어 ‘Gegen’과 영어 ‘Pressing’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즉시 압박’을 의미하는 단어다.
물론, 게겐 프레싱이란 전술 자체는 클롭 감독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독일 현대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랄프 랑닉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창시자로 불린다. 하지만 이를 다듬고 특화시켜 꽃피운 것은 클롭 감독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지도자도 아니다. 분데스리가를 떠나 PL로 이적해 또 한 번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섰다.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새로운 라이벌리를 만들었던것과 동시에 리버풀의 부흥을 이끌었다.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서두의 인터뷰처럼 ‘헤미메탈’을 선호했던 클롭 감독 축구는 리버풀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완성됐다. 그 이전 ‘심심하고 재미없다’는 평가를 들었던 리버풀의 축구를 ‘다이나믹하고, 위협적인’ 축구색깔로 완성한 것 역시 클롭 감독의 업적이다.
경기장 위에서의 거침없는 포효와 세리머니, 그리고 격정적이고 위협적인 클롭과 그의 축구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동시에 여전히, 그리고 아직 리버풀과 클롭 감독의 2023-24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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