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의 사모곡에 울고, 센 언니 내공에 홀렸다

최보윤 기자 2024. 1. 2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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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미스트롯3′ 순간 최고 시청률 19.1% 기록
25일 방송된 ‘미스트롯3’ 6회의 주역들. 왼쪽부터 ‘모란’으로 눈시울을 자극한 15세 오유진, ‘무명배우’로 반전 승리를 거둔 뮤지컬 배우 출신 양서윤, 추가 합격의 반란 정슬, 40대 현역의 위엄을 보인 천가연. /TV조선

무대 위에 선 15세 소녀는 눈감고 읊조리듯 가사를 자아냈다. “엄마가 그랬었지 남 하는 것 다 해봐라. 여자라 참지 마라 어떠한 순간에도. 언제나 엄마는 너의 편이라고….” 잔잔한 음향은 이내 잦아들고, 무반주의 순간 소녀는 “엄마”를 외치기 시작했다. 핀 조명에 의지한 새까만 무대는 오롯이 오유진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엄마, 엄마….” 오유진이 부르는 노래 ‘모란(母糷·엄마가 지어준 밥)’ 가사 속 엄마는 마치 무중력 우주를 유영하는 듯 객석에 메아리쳤다.

25일 방송된 TV 조선 ‘미스트롯3′ 6회 3라운드 일대일 데스매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소화해낸 이들이 펼쳐낸 또다른 인생극이자 음악극이었다. 이날 가장 화제의 중심엔 1라운드 진(眞) 배아현과 2라운드 진 오유진의 맞대결이 있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들의 열전으로 승패가 갈릴 때, 이날 방송의 최고 시청률 19.1%까지 치솟았다. 이날 방송은 진과 진의 맞대결 등에 힘입어 전국 1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6주 연속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목요일 전체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지켰다. 주간 전체 예능 1위이기도 하다.

실력파의 경쟁이기도 했지만, 막상 시청자를 움직인 건 그간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유진의 사연이었다. ‘트롯 프린세스’라는 애칭으로 깜찍한 공주 같은 모습만 보였던 오유진이 실은 한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주로 자라며 트로트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가 부른 노래 제목 ‘모란’의 란은 ‘밥 지을 란’. 열다섯 살 소녀가 그린 엄마 밥은 곧 엄마 품이었다.

오유진의 노래 뒤 “엄마 밥상이 너무 그립다. 오랜만에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너무 보고싶은데 더는 엄마가 안 계신다는 사실에 마냥 엄마를 외치기만 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오유진은 얼마 전 한 60대 스토커가 ‘친딸’이라는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학교까지 찾아오는 등 공포와 두려움으로 고통받은 적 있었던 터라 이 사실을 아는 팬들의 눈시울을 더욱 자극하기도 했다. 팬들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오유진을 맞은 배아현은 나훈아의 ‘모란동백’을 꺼내들었다. 특유의 꺾기를 절제하고 담담하게 시를 낭송하듯 또다른 배아현을 선사했다. 이 노래는 이제하 시인의 원곡으로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조두남 작곡가의 ‘또 한송이 나의 모란’ 가곡에 영감받아 만든 노래다. 배아현 역시 현역의 자존심으로 불리지만, 최근에야 소속사 계약을 할 정도로 마뜩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제하 시인의 그림 산문집 ‘모란, 동백’을 보면 이 노래가 그리고자 했던 내용이 잘 드러난다. “온갖 소외감이 노래 한 자락으로 능히 뚫린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백 마디 말의 지혜보다 작은 멜로디 한 자락이 더욱 효과 있고 지혜롭다는 것은 귀 가진 사람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진실이다.” 진 대 진의 팽팽했던 데스매치 결과 오유진이 8대5로 승리했다.

무대 위 아우라가 남다른 ‘더 글로리 그녀’ 양서윤도 또 다른 음악극 같았다. 9년 차 뮤지컬 배우인 양서윤은 송가인의 ‘무명배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트로트 새내기 화연을 맞아 11대2로 승리했다. 2라운드 추가 합격으로 올라온 정슬은 혜은이의 ‘제3한강교’를 선곡해 이미자의 ‘아씨’를 들고나온 채수현을 맞아 9대4로 승리했다. ‘언니들’의 대결에선 ‘폭풍 고음’ 천가연이 풍금을 상대로 9대4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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