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쏟아지는 예타 무력화 법안에 난감한 재정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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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6조 원의 혈세가 투입될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처음 심의한 자리.
기획재정부도 "그렇게 급하면 '신속 예타'라는 제도도 있다. 예타를 빼는 건 부적절하다"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여야 원내대표까지 가세한 법안을 막을 순 없었다.
지자체와 국가가 철도 지하화 공사를 시행하면, '원인자 부담 원칙'을 규정한 철도법에 따라 큰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예타마저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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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별법으로 건너뛰거나 우회
"적자 뻔한데...어쩔 수 없이 혈세 투입"
"동서 간에 화합을 위해서 10조 원이 들어가야 되는 거예요? 우리끼리 화합하면 되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애고 이렇게 진행되는 게 저는 양심상... 국회의원 선서했는데 이것과 맞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서 여쭙는 겁니다."
2023년 12월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최소 6조 원의 혈세가 투입될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처음 심의한 자리. 여당 국회의원의 솔직한 첫마디는 '양심선언'이었다. 기획재정부도 "그렇게 급하면 '신속 예타'라는 제도도 있다. 예타를 빼는 건 부적절하다"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여야 원내대표까지 가세한 법안을 막을 순 없었다. 법안은 25일 본회의를 통과됐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예타 무력화 법안에 재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거나 국비가 3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선, 사업 전 경제성(B/C)을 따져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예타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처럼 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예타를 건너뛰거나,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9일 통과된 '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사업자로 하여금 상부 개발이익을 철도 지하화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민간 투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와 국가가 철도 지하화 공사를 시행하면, '원인자 부담 원칙'을 규정한 철도법에 따라 큰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예타마저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수도권 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원들은 이를 특별법으로 발의, 상임위원회 책상에 올린 지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예타와 비슷한 성격의 민자투자법상 '민자 적격성 검사'가 아닌 국토교통부의 사업성 검증만 통과하면 된다.
문제는 국회가 '예타 우회 법'을 통과시키면 재정당국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예타가 면제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규모를 평가하는 '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친 뒤 기재부 예산실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 심의가 이뤄지긴 하지만, 적자가 불 보듯 뻔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수백억~수천억 원 이상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이 정해진 채 정부는 예산만 심사해야 하는데 SOC 사업 특성상 한번 돈이 들어가게 되면 멈추기 어렵고, 중간에 사업비가 증가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으로 포장돼 반복되는 예타 무력화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 예타' 등 사업의 밑그림을 점검하는 최소한의 사전 절차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타 자체가 지역균형발전 평가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비(非)수도권 사업에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예타 제도가 정비돼 왔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논리는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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