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숭 뚫린 수비 못 메우면… 한국, 또 망신당한다

김민기 기자 2024. 1. 2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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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31일 오전 1시 아시안컵 8강 진출 놓고 격돌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뉴스1

아시안컵 개막 전만 해도 한국은 일본(24.6%)에 이어 우승 확률 2위(14.3%·스포츠 통계업체 옵타)였다. 그런데 조별 리그를 마치자 11%로 떨어졌다. 일본(18.2%), 카타르(16.8%), 호주(14.7%), 이란(12.2%)에 밀린 5위. 경기력과 대진 등을 반영한 결과였다. 일본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1위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론 당연한 판세라는 지적이 많다. 조별 리그 3경기서 8골 6실점. 1956년 1회 아시안컵(4국 출전) 때 3경기 6실점(9득점)한 이후 초반 3경기 최다 실점 동률이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뀐 1972년 아시안컵 이후 한국이 조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내준 건 1996년 5실점인데 그걸 깼다. 더구나 상대는 바레인(FIFA 랭킹 86위),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로 한 수 아래 팀들이었다. 16강 진출국 중 조별 리그 최다 실점(6점) 팀이 한국과 인도네시아다.

관건은 불안했던 수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민재(28)라는 걸출한 중앙 수비 자원이 있지만 측면이 흔들린다. 조별 리그에서 측면이 뚫린 후 실점이 이어지는 위기가 반복됐다. 말레이시아전에서 후반 역전 페널티킥 역시 안일한 패스로 측면 돌파를 허용한 뒤 중앙으로 공이 넘어오며 생긴 일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달 발표한 선수 명단(26명)에 측면 수비는 경기력 논란이 일었던 이기제(33) 등 4명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대회를 거치며 측면 수비수들이 줄부상 당하면서 기용 폭은 좁아졌다. 결국 말레이시아전서는 오른쪽 수비 설영우(26)를 왼쪽으로 옮겨야 했다. “포지션별 플랜 B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그래픽=박상훈

한국과 16강서 붙는 사우디는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태국과 3차전에선 2차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 9명을 바꿨다. 경기는 0대0으로 비겼지만 비(非)주전 선수들도 로베르토 만치니(60·이탈리아) 사우디 감독 전술에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선수 기용 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 경고를 1장 받은 선수들이 7명이나 있었는데 이들 중 6명을 3차전에 내보냈고, 1명 더 3차전에서 경고를 받아 총 8명이 옐로 카드를 안고 있다. 손흥민(32), 김민재, 황인범(28) 등이다. 경고를 한 장 더 받으면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하다. 핵심 전력인 손흥민, 이강인(23)은 3경기를 교체 없이 소화했다. 앞으로 체력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조별 리그에서 끝까지 살얼음판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 문선민(32)·양현준(22) 등 6명은 아직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토너먼트 첫 경기 16강까진 이제 4일. 전술적 완성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기엔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미세 조정’이라도 해야 한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한국은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져 먼 거리에서 공을 주고받고, 이로 인해 패스가 둔탁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했다. 선수 활동량과 패스 능력 등을 고려해 선수들 위치를 조정해 전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감독 몫. 사우디전에선 변화가 필요하다. 선발 명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선수들로 하여금 ‘기회가 오면 반드시 살려야지’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자극을 준다”고 했다. 공격수 조규성(26)은 이번 대회 무득점에 좋은 기회를 자주 놓치며 다소 위축된 상태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한국과 평가전에서 0대1로 졌다. 그러나 그 뒤론 최근 8경기 무패(6승2무)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작년 사우디 리그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유럽 유명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바람에 정작 사우디 대표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적잖이 잃었다. 부담이 큰 토너먼트에서 후반 경기 감각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부상에서 복귀한 황희찬(28)처럼 돌파력이 좋은 선수를 잘 활용하면 적진을 흔들 수 있다. 이상윤 위원은 “사우디는 사실상 ‘준안방국’으로,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한국이 승리한다면 역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심리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양국 A매치 역대 전적은 5승8무5패. 하지만 최근 5차례 대전에선 한국이 2승3무로 앞선다. 통계업체 옵타는 이번에 한국이 사우디를 누를 확률이 52.7%라고 분석했다. 근소한 우위다. 한국이 16강에서 이기면 8강 상대는 인도네시아와 만나는 호주(25위)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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