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을 췄다, 7년을 함께했던 첫사랑의 빈소에서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정진영 소설 | 무블출판사 | 332쪽 | 1만6800원
소외, 단절 그리고 도피. 12개 단편은 현대 사회에서 통과의례라고 부를 만한 이 과정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웃기고 서글프면서, 부동산·실직·가난 등으로 고통받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단편 ‘징검다리’는 동네 커뮤니티 앱인 ‘당근마켓’을 통해 이웃과 예상 외의 유대감을 경험하는 전개. 실수로 당근마켓에서 ‘목업폰’(전시용 휴대폰)을 큰 값 주고 구매해 상심한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같은 앱에서 타인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흔한 이야기임에도 시선을 끄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징검다리가 약해졌기 때문. 타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했을 징검다리를 따스하게 소환한다.
삶의 고통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는 작품집은 아니다. 고통을 직시하며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몸부림들에 가깝다. 표제작은 대학 때 7년 연애한 첫사랑의 부고로 시작된다. 과거의 추억이라기보다는, 소외와 도피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에 가깝다. 현실적 이유로 자신과 이별한 첫사랑의 부고를 들은 주인공의 선택은 춤. 어릴 적 들은 이야기인 ‘처용가’의 역신처럼 사랑했던 이의 빈소에서 춤을 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의 춤은 결코 현실로부터 도피는 아니다. 고통을 온몸으로 마주하려는 시도다.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2011)을 받고, 드라마 ‘허쉬’의 원작 소설 ‘침묵주의보’ 등을 쓴 작가의 첫 소설집. 2020년 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발표된 단편을 묶었다. 현실의 경험을 넘어서도록 돕는 소설의 역할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쉽지만, 그 낙관적 상상력이 건네는 냉소적 웃음이 지닌 힘이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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