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속 나노 플라스틱 눈으로 본다… “생물 독성 밝히는 첫걸음”
한국·중국·미국·멕시코 나노 플라스틱 채취해 시각화
“실제 형태와 화학적 성질 기반으로 독성 밝혀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가 포함된 연구진이 과학자들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동안 보지 못하던 나노 플라스틱의 입자 모양을 시각화해 화학적 성질을 바탕으로 하는 독성 연구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뤄 텅페이(Tengfei Luo) 미국 노트르담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바닷물에 포함된 나노 플라스틱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담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과학자인 문승현 미국 노트르담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이 보통 5㎜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한다. 주로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다. 일본 규슈대 응용역학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바다에 퍼진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총 24조4000억개, 57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여러 가지 경로로 사람 몸속으로 유입된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은 잘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계속 쌓인다. 라이 한펭(Hanpeng Lai) 중국 화중과기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크기가 작은 나노 플라스틱은 혈관을 타고 흘러 장이나 뇌에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 미세 플라스틱 중에서도 크기가 매우 작은 나노 플라스틱이다. 나노 플라스틱은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서 1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100㎚) 미만의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흔히 머리카락 굵기가 100㎛인 것을 고려하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은 플라스틱인 셈이다.
나노 플라스틱은 매우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인 만큼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기존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기 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을 사용했다. 액체 혼합물을 끓는 점 이상으로 가열한 다음 기체 상태의 혼합물을 분리해 각각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바닷물에서 나노 플라스틱을 측정하기엔 효과적이지만, 나노 플라스틱의 크기와 형태 같은 세세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
연구팀이 사용한 방식은 ‘수축 표면 거품 증착법(SSBD)’이다. 연구팀은 바닷물을 은(Ag)이 들어간 액체와 섞은 다음 유리판 위에서 레이저로 가열했다. 레이저가 바닷물과 현탁액을 뜨겁게 만들면 유리판 위에는 열 거품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나노 플라스틱과 은 입자가 거품 표면으로 이동한다. 가열을 멈추면 거품들이 수축하면서 입자들이 모이게 되고 고밀도 지점에서 뭉친다.
연구팀이 바닷물을 은 혼합물과 섞은 것은 가열해 얻은 입자들을 ‘라만 분광법’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가 시료에 닿을 때 빛이 산란하는 정도를 파악해 물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은 입자는 나노 플라스틱에 붙어 작은 양의 플라스틱의 화학적 성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확인된 화학적 성질을 ‘주사 전자 현미경(SEM)’ 이미지와 결합하면 나노 플라스틱의 구조를 정확히 밝힐 수 있다.
연구에 활용된 바닷물은 한국과 중국, 미국, 멕시코에 걸친 총 6개 지역에서 채취했다. 그 결과 중국 광둥성 해안에서는 나노섬유, 한국 남해와 멕시코만에서는 폴리에틸렌(PET),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 해안에서는 나일론과 폴리스타이렌(PS)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채취한 바닷물과 상업용 플라스틱 컵 시료를 비교하고, 플라스틱 입자를 모양에 따라 나노 섬유·플레이크·볼-스틱(Ball-Stick)으로 구조를 나눴다.
나노 플라스틱의 형태와 성질을 규명하는 연구는 플라스틱의 독성을 파악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나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세포막을 통과해 인체 곳곳에 침투한다는 연구 외에 화학적 독성에 대해선 여전히 모호하다. 앞서 생수 한 병에 나노 플라스틱이 24만 개가 들어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국제생수협회가 “나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나노 플라스틱을 시각화한 이번 연구가 화학적 특성을 밝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나노 플라스틱의 실제 형태와 화학적 성질을 기반으로 나노 플라스틱의 독성 연구를 다시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며 “나노 플라스틱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탐구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h1675
Nanomaterials(2022), DOI: https://doi.org/10.3390/nano1208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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