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질 세계 최악 태국 ‘미세먼지 대피소’ 등장
태국 수도 방콕 짜뚜짝 공원의 한 건물에서 산책 나온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약 100㎡(30평) 규모 건물 안에는 여러 식물이 눈에 띄었다. 미세먼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국 정부가 지난달 중순 설치한 ‘미세먼지 대피소’다. 공기 질이 나쁠 때 사람이 들어가 잠시 쉴 수 있는 이 시설은 사방을 둘러싼 비닐이 미세먼지 유입을 막고, 내부에 설치된 공기 여과 장치가 대피소 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통’ 수준인 25㎍/㎥ 이하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피소에서 만난 쏨싹(61)씨는 “요즘은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잠시 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의미가 있다”고 했다. 태국 정부는 6개월간 이 시설을 시범 운영한 후 태국 전역 곳곳에 대피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태국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대기 질 악화로 태국에서 매년 약 3만명이 사망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할 정도로, 태국의 미세문제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공기 질이 세계 최악 수준으로 치닫는 건기(12~3월)가 되면, 정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휴교령을 내리거나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방콕 시내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태국 정부는 쓸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 저감을 목적으로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다. 군용 수송기 2대를 동원해 방콕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했는데, 저감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수십 대의 드론을 방콕 하늘에 띄운 뒤 미세먼지 저감용 화학물질을 물과 함께 살포하는 실험도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다. 이 물질과 만난 초미세먼지는 물과 함께 고체화돼 바닥에 떨어지는데,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한다. 태국 정부는 실험이 진행된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약 10㎍/㎥ 떨어지는 성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태국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기질 악화 주범 가운데 하나로 ‘논밭 태우기’를 지목하고 집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등 대기질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달 방콕 근교 놉빠랏 라자타니 병원 안에 대기오염 전문 클리닉을 개설했다. 대기 질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모아 별도로 관리,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치료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태국 법원은 지난 19일 세타 타위신 총리에게 “태국 북부 지역 초미세먼지 문제를 다룰 비상계획을 90일 안으로 수립하라”고 명령했다. 치앙마이 주민 1700명이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해결책을 빨리 내놓으라고 행정소송을 내자 주민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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