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 중학생, 이재명 사건에 큰 관심”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A(15)군은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당시 목격자 진술, A씨 주변 인사 진술 등을 토대로 A군의 계획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군은 비공개 일정 소화를 위해 차량에서 내린 배 의원을 10여 초 만에 습격했는데, 우발적이라고 보기엔 짧은 시간이란 것이다. 또 “A군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진술을 A군 주변 인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보호자 입회하에 A군을 상대로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을 조사했다. A군은 “연예인 OOO 사인을 받으러 미용실에 갔다가 그 건물에 온 배 의원을 우연히 만났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A군 진술과 모순되는 정황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배 의원은 차량에서 나와 3~4m가량 이동했는데 A군이 다가와 두 차례 배 의원임을 확인한 뒤 바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A군이 사용한 범행 도구는 손바닥 크기의 벽돌 조각이었다고 한다. 또 A군이 연예인 사인을 받으러 해당 건물을 찾았다고 했는데 A군의 몸에서 필기 도구나 종이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 주변 인사로부터 “A군이 최근 이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고, 관련 보도를 많이 찾아봤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이 미성년자이고 불안정한 정신 상태라는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A군의 범행 동기를 다각도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의사로부터 폐쇄 병동에 입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A군과 주변 진술에 따라 A군을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해 등의 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 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키는 제도다. 배 의원 측에 따르면, A군은 현장 검거 당시 “나는 15세” “촉법소년”과 같은 말을 두서없이 했다고 한다.
A군 지인들은 “A군이 단체 대화방에 정치 관련 행사에 참석했던 셀프 동영상을 올렸다”고 증언했다. 12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하늘색 비니(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쓴 A군이 정치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담겼다. A군의 한 동창은 “A가 작년 12월 중순에 해당 영상을 올렸다”고 본지에 밝혔다. 경찰은 A군의 소셜미디어 등을 강제 수사할 예정이다.
A군은 ADHD(주의력결핍장애) 약을 복용했는데, 일부 친구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수면제를 거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자신을 A군과 같은 중학교에 다닌다고 밝힌 한 학생은 “A군은 평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하기도 했다”며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을 많이 일으켰다”고 했다.
A군의 다른 동창은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얼굴을 평가해 노트에 적은 다음 이를 일부러 공개해서 학생들을 불쾌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며 “편의점에서 또 다른 친구가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A군이 그 친구를 때리고 쓰고 있던 안경을 부러트리고 도망갔다”고 했다. A군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말썽이 지나쳤던 A군이 지하 보일러실과 배관실에 들어가서 자겠다고 해 쫓아낸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 입원 중인 배 의원은 A군을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사건 당시 입었던 옷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배 의원이 흘린 핏자국이 묻어 있는 옷이다. 정밀 검사를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은 배 의원은 뇌에 큰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가능한 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배 의원과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국민에 대한 테러나 다름없으며 많이 놀랐을 텐데 빨리 쾌차하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셔서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배 의원하고 가까운 사이여서 위로의 얘기 정도를 했다”며 “정부에서 경호 강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추가로 해야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군이 평소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그릇된 정치적 신념이 생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우석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배현진 의원이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즉 정치 테러로 추정된다”며 “이 대표 피습 이후 자신도 영웅이 되고 싶은 심리에다가, 인터넷으로부터 여러 정보에 노출되면서 폭발성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이 대표 피습 사건이 A군의 범행 동기가 됐다면 최근의 극단적 정치 상황이 미성년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강남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27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놨다. 근접 신변 보호 대상을 확대해 국민의힘·민주당뿐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도 조기에 신변 보호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 36개 기동대를 전담 보호 부대로 지정해 외부 공개 정당 행사 경호에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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