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줄이려는 취지 이해하지만, 왜 특정 계층에 불이익 주나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2024. 1.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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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시행 앞둔 ‘스트레스 DSR’… 금융당국이 놓친 것들
경기 수원시 한 금융기관 앞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스트레스 DSR 도입을 추진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1

다음 달부터 부동산 대출 등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 DSR이라는 개념도 어려운데 앞에 ‘스트레스’까지 붙어 있다. 이렇다 보니 DSR 확대가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묻는 독자들이 있었다.

먼저 다른 대출 규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LTV(Loan-To-Value)가 있는데 ‘내가 사려는 집값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가령 당국이 “LTV가 50%”라고 한다면, 10억원의 주택을 살 때 10억원의 50%인 5억원까지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LTV에서 한발 더 나간 대출규제가 DTI(Debt-To-Income)다. DTI는 ‘내가 1년 소득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1년간 내는 원금과 이자+다른 부채로 인해 1년간 내는 이자의 비율’을 뜻한다. 가령 내 연봉이 1억원이고 DTI가 60%라고 한다면, 1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내는 원금과 이자, 그리고 현재 가진 기타 대출로 내는 이자의 합이 6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쉽게 사례를 보자. 연소득이 1억원인 A씨가 10억원짜리 주택을 사려 하고, 현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이자가 4%, LTV는 50%, DTI가 60%라고 치자. LTV에 따라 5억원을 30년 만기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1년에 내는 원금과 이자는 3454만원이 된다. DTI 상한인 6000만원보다 적기 때문에 주담대 5억원을 받는 데 제한이 없다.

만약 A씨가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이 있다면 DTI에서 이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 A씨가 1억원의 신용대출이 있고 이자가 8%라고 해보자. 그럼 DTI에서 고려돼야 하는 부채는 주담대로 인한 3454만원에 1억원의 신용대출로 내는 이자 800만원이 합쳐져 연 4254만원이 된다. 다행히 DTI 상한인 6000만원 아래이기 때문에 5억원의 주담대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

시중은행 영업창구 모습. /뉴스1

DTI보다 좀 더 까다로운 규제가 오늘의 주인공인 DSR이다. DSR은 DTI에서 빠져 있는 ‘기타 대출의 원금 부담’이 추가된 개념이다. DTI에서는 A씨가 가진 신용대출 1억원의 이자인 800만원만 따지지만, DSR은 이 1억원에 대한 연 원금 상환액까지 감안한다. 1년 치 마이너스 대출 원리금은 대개 5년 만기로 계산되니 A씨의 경우 기타 대출로 인한 부담액이 DTI에서는 800만원이었던 게 DSR에서는 2433만원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DSR이 60%라고 가정한다면, A씨가 주담대 5억원을 받을 경우 연간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총 5887만원으로, DSR이 58.87%가 된다. 아슬아슬하게 5억원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만약 정부가 DSR 수치를 60%에서 낮추게 되면 A씨는 주담대 액수를 5억원 아래로 줄이거나, 신용대출 일부를 상환해야 5억원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더 강화한 개념이다. DSR의 경우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스트레스 DSR은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이자율을 현재보다 더 높게 계산한다. 자연히 받을 수 있는 주담대 액수는 DSR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

보통 DSR은 한 개인의 각종 부채를 소득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중산층과 서민의 경우 과거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액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소득자는 대출 액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즉 시장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이 선호하거나 찾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해 짚어볼 부분이 있다. DSR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금융 당국의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 정책 방향은 특정 계층에 유리하고 다른 계층에 불리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더불어 우리나라는 주택 매수자의 신용 위험에만 집중하고 대출의 담보가 되는 주택 자체의 위험도는 좀처럼 체크하지 않는다. 인구 소멸 지역의 주택일수록, 초고가 주택일수록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라는 것은 글로벌 부동산경제학에서 기본 개념인데도 무시되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는 도시별로 주택가격의 중위 수준을 계산하고 이 값보다 싼 주택을 우량 주택으로 간주해 우량주택담보대출(Prime Mortgage)을 해준다. 반대로 고가 주택은 우량담보대출이 되지 않고 가산금리가 붙는 점보담보대출(Jumbo Mortgage) 대상이 된다.

한국은 어떨까. 주택금융공사에서 6억원대 주택까지 보금자리론을 제공하는데, 서울은 주택의 중위 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보금자리론 대상이 매우 적다. 반대로 인구 소멸 지역의 한 동짜리 아파트가 6억원인 경우 상당한 위험자산임에도 담보대출 대상이 된다. 획일적 주택가격 상한선을 제시하는 매우 시대착오적 정책인 것이다. 주택 매수자의 신용 위험을 관리하고 싶다면, 주택 자체의 위험도 관리 차원에서 고가 주택에 대한 가산금리 역시 빠르게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이 합의해 부동산 규제(LTV, DTI, DSR 비율)는 가급적 바꾸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규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가운데 국민이 장기 투자 관점에서 시장에 참여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 금융 정책은 원칙에 대한 논의 없이, 시시때때로 달라져 누더기가 된 모양새다. 정책이 시류에 따라 급변하고 예측을 불허한다면 그 선의와 무관하게 서민이 엉뚱한 피해를 본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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