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1] 아폴로 극장 90년
미국 문화사나 예술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할렘 르네상스(Harlem Renaissance)’가 있다. 1920년대의 뉴욕의 할렘 지역을 중심으로 작가, 미술가, 음악가들이 흑인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전개했던 운동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민속 문화의 영감을 바탕으로, 넘치는 정열과 창의성으로 문학과 예술 분야의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29년 대공황으로 소멸되고 말았다. 현재 할렘에 그러한 주류 예술 운동은 없지만 아직 그 맥락을 유지하고자하는 장소가 있다. 1914년 개관 이래 할렘 공연의 본거지로 인식된 ‘아폴로 극장(Apollo Theater)’이다. 스윙밴드 시절부터 활발했던 장소로 후에 찰리 파커 등을 스타로 만든 곳이기도 하다. 로비에는 듀크 엘링턴과 같은 전설적 연주가들의 사진을 전시한 ‘명예의 복도’가 있다.
아폴로 극장을 유명하게 만든 인기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밤 열리는 ‘아마추어 나이트(Amateur Night)’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경연으로 1934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90년이 되었다. 과거에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여, 엘라 피츠제럴드,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의 스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했다. 재즈, 가스펠, 힙합의 장르를 망라한 노래 대결이 보통이지만 팬터마임, 성대모사, 무술 등 다양한 재능과 장기를 뽐내는 참석자도 많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포함, 전 세계 수많은 아마추어 경연 대회의 원조가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현재 20년 이상 이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고 있는 사람은 뉴욕 브롱스 출신의 코미디언 카폰(Capone)이다. “리셋(Reset)!”을 외치며 연기자의 점수 획득을 위한 박수를 유도하고, 구수한 입담과 참가자를 똑같이 흉내 내는 모습으로 인기가 높다. 오랜 세월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봤던 송해를 생각나게 한다. 오늘날에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와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쇼 등의 주류 프로그램에 밀린 느낌이지만, 그래도 과거의 정서를 기억하는 관객들로 매주 수요일 밤의 아폴로 극장 무대는 웃음과 격려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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