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출석에 헤일리와 경선 계속…바이든 뛰는데 발묶이는 트럼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들어갔으나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발이 묶이는 모습이다.
공화당 경선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니키 헤일리 전 대사가 다음 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데다 재판도 계속되면서 본선 경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명예훼손 혐의 민사소송에 출석했다가 돌연 퇴장했다고 NBC 뉴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민사소송에서 사실로 인정한 E. 진 캐럴에 대한 성추행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적인 명예훼손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경선(23일)을 앞두고도 이 소송에 출석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지 선거 유세는 오후 7시 이후 야간에 한 차례씩 진행됐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월부터는 형사 사건에 대한 재판도 받는다.
그는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91개 혐의로 4차례 기소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대세론을 앞세워 공화당 대선 경선을 조기에 종료하려고 한 것도 이런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한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빨리 확정될 경우 재판 진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선을 앞두고 선거자금이 계속 지출되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패배했음에도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리면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폭발'(meltdown)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새대가리(birdbrain·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부르는 비하적 표현)에 기부하는 사람은 마가(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구호) 캠프 참여가 영원히 금지된다(permanently barred)"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을 부각, 마지막 남은 대선 경선 후보인 헤일리 전 대사의 돈줄을 차단해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지지자 등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이 날 지지하면 영원히 캠프 참여를 막을 것이라고 트럼프가 말했다"면서 "나는 겁먹지 않으며 여러분도 그러리라는 것을 난 안다. 나는 항상 반격했으며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캠프도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3일 뉴햄프셔주 경선이 끝난 뒤 48시간 동안 26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0만 달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돈줄 차단'을 위협한 뒤에 모금된 소액·온라인 기부라고 캠프는 밝혔다.
헤일리 캠프는 '영원히 금지'(permanently barred) 등의 문구가 쓰인 캠프 상품 판매도 들어갔다.
이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 기반이 반(反)트럼프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를 이용해 지지층을 더 결집하려는 시도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본선을 겨냥한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 최대 노동조합 조직 가운데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 선언을 확보했으며 전날에는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를 찾아서 50억 달러 규모의 운송 인프라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27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도 찾아 흑인 유권자 재결집에도 나설 예정이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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