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올림픽 유치에 올인”… 중동의 ‘컨벤션 허브’ 꿈꿔 [글로벌 포커스]
월드컵 이어 올림픽 개최 노리는 카타르
월드컵-아시안컵 등 개최하며 관광 산업 육성
건축 거장과 협업해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도
당시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아시안컵을 한 달여 앞두고 잔디에 물을 주는 등 각종 관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사의 땅’ 중동에 있는 카타르 날씨는 12월이었음에도 한국의 화창한 초여름과 비슷했다. 경기장 곳곳에 대형 에어컨도 보였다. 카타르 관계자는 “2022년 월드컵 당시 에어컨 근처에 앉은 일부 주요 인사가 춥다고 했을 만큼 에어컨이 잘 작동된다”고 자랑했다. 다만 그는 “중앙 냉난방 체계라 특정 구역의 에어컨만 끌 수 없어 해당 에어컨 위에 테이프를 붙였다”고 테이프 자국을 보여줬다.
카타르는 중동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내친김에 2036년 여름올림픽까지 유치하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부국 카타르가 이처럼 스포츠 대회 개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올림픽만 남았다”… 행사·관광 허브 노려
카타르의 국토 면적은 약 1만1581㎢로 경기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14%를 보유해 러시아, 이란에 이은 세계 3위 천연가스 보유국 겸 1위 수출국이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 진주 채취가 주소득원이었던 카타르가 50여 년 만에 세계적 부국이 된 것도 이에 기인한다.
카타르는 막대한 ‘천연가스 머니’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스포츠, 문화예술, 미디어, 교육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천연가스 고갈 이후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중동 대표 언론 알자지라 또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미국 코넬대, 카네기멜런대, 조지타운대 등 명문대 8곳의 국제캠퍼스도 유치했다.
이제 카타르는 대형 스포츠 행사까지 모조리 개최해 각종 전시, 행사, 관광업을 아우르는 ‘컨벤션 산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24위를 차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340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와 별도로 140만 명이 추가로 카타르를 방문했다.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관문으로 꼽힌다.
카타르는 도하에 올림픽 관련 각종 물품을 총망라한 박물관도 만들었다. 역대 모든 올림픽 성화봉, 메달, 마스코트 인형들을 전부 모아 놓은 전시관이 인상적이다. 반드시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카타르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도하 인근에 지어진 인공도시 ‘루사일시티’도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전통 칼 모양을 본떴으며 초승달처럼 완전히 휜 곡선으로 유명한 ‘카타라 타워’. 루사일시티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도 볼수 있었다.
● 주요 건물, 모두 건축 거장이 설계
카타르는 문화예술 인프라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랜드마크 건물의 설계를 맡겼다.
도하의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사막 모래가 뜨거운 지열에 엉켜 만들어지는 장미 모양의 결정체인 ‘사막 장미’를 본뜬 건물이다. 316개의 원반으로 사막 장미를 형상화했다. 독특한 외관 덕에 카타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이슬람예술박물관’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밍페이(貝聿銘·베이위밍)가 설계했다. 역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을 형상화했다. 이라크계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지은 ‘알자누브 스타디움’은 카타르 전통 범선의 ‘돛’ 형상을 취했다.
누벨, 페이, 하디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다. 세 거장은 서구에서 활동했지만 모두 카타르의 민족적 소재를 녹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을 만들어냈다. 이 또한 카타르의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하=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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