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 의학 연구시설의 방향

2024. 1. 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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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결혼한 박모씨는 아이 갖기를 주저했다.

연구자들이 정밀의학과 개인 맞춤의학의 토대인 유전자 치료와 세포 치료, 줄기세포 치료, 태아 유전자 교정 등을 연구개발(R&D)할 수 있는 연구센터가 필요하다.

생체 모방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모델과 실험동물센터는 유효성 평가와 전임상 연구에 중요하기에 필수 시설이다.

디지털 의학은 개인 단위에서 인류로 유전체 정보를 확장해 질병 예방과 진단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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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직 연세대 의과대학장

몇 년 전 결혼한 박모씨는 아이 갖기를 주저했다. 어머니 쪽에서 받은 결절성 경화증을 유발하는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기에게 생길까 불안해서다. 결절성 경화증은 발작이나 장애, 여러 장기에 종양을 유발하는 희소난치성 유전질환이다.

박씨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만든 배아 5개 중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배아를 착상시켜 임신에 성공했다. 얼마 전 태어난 아이는 건강했다. 박씨가 받은 치료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다. 수정된 배아의 염색체와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불가능했던 방법으로, 맞춤치료 혹은 정밀의료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치료를 통해 질병 발생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가 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 의학의 핵심은 기초의학과 중개의학 연구에 전문성을 갖춘 의사과학자다. 의사과학자는 최첨단 시설과 플랫폼의 유기적 협력 및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의생명 헬스케어 융합의학과나 디지털 의학과 등을 신설해 의과대학과 병원이나 연구기관의 교육, 연구, 진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탄탄한 하드웨어가 바탕이 돼야 한다. 연구자들이 정밀의학과 개인 맞춤의학의 토대인 유전자 치료와 세포 치료, 줄기세포 치료, 태아 유전자 교정 등을 연구개발(R&D)할 수 있는 연구센터가 필요하다. 전임상이나 임상시험에 사용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단백질, 세포 치료제 생산을 위한 전자동화한 품질관리 적합인정(GMP) 시설도 갖춰야 한다. 생체 모방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모델과 실험동물센터는 유효성 평가와 전임상 연구에 중요하기에 필수 시설이다. 질환동물 모델을 활용해 질병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의학 연구시설은 다학제 융합클러스터로 학문과 의료, 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혁신적인 의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산학연병 융합 플랫폼, 인재 양성 플랫폼, 생체 맞춤 의공학 플랫폼, 신의료기술 개발 플랫폼 등 목적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의학센터는 예측의학과 참여의학이 핵심이다. 디지털 의학은 개인 단위에서 인류로 유전체 정보를 확장해 질병 예방과 진단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빅데이터, 건강 아바타,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케어 기술 등이 디지털 의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벌써 양자컴퓨팅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결과물은 새로운 치료법과 의약품 개발로 이어지고, 곧 산업화와 혁신적 기업 탄생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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