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누리카드 가맹점 32% 증가…취약계층 웃을 일 늘었다

유주현 2024. 1. 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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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누리카드 나눔티켓 기부처가 지난 3년간 3배 이상 늘었다. 고양문화재단이 나눔티켓을 기부한 뮤지컬 ‘사의 찬미’. [사진 고양문화재단]
서울 광진구에서 통기타 매장을 운영하는 최성일씨는 맞은편 신경정신과 의원에 다니는 아이와 엄마가 매장에 들어왔을 때 잠시 긴장했다. 3초도 가만있지 않고 돌출 행동을 하는 아이가 혹시나 악기를 망가뜨릴까봐서다. 아이에게 저렴한 기타를 안겨주니 한동안 집중하며 표정이 밝아졌는데, 엄마 표정은 어두워지는 걸 보니 형편이 어려운 듯 했다. 교도소·선교지 등에 기타를 보내는 ‘사랑의 기타 택배’를 오래 해온 최씨는 기타를 선물할 마음을 먹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였지만 도움이 되고픈 마음이 앞섰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문화누리카드 쓸 수 있나요?”

‘문화누리카드’란 문화소외계층이 문화예술·여행·체육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급하는 바우처다. 마침 최씨는 직원의 제안으로 몇 달 전 문화누리카드 가맹점 등록을 해둔 상태였다. 그는 “기타 매장도 가맹점이 되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가능하더라. 가끔 충동적으로 선물했다가 돌아서서 월세 걱정을 하곤 했는데, 그날 누리카드 덕에 매출도 올리고 기분 좋은 선물도 한 듯한 따뜻한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문화누리카드는 사용이 어렵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전국 주민센터 어디서나 즉시 발급할 수 있고, 카드 수령 2시간 후부터 사용할 수 있다. 올해는 연간 지원액도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18% 증액되어 2월 1일부터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그런데 좋은 기회를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매년 말일까지 그해의 바우처를 사용해야 하고, 이용하지 않은 금액은 즉시 국고로 반납되기 때문이다. 대상자 상당수가 문화누리카드를 자발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인지라 사용처를 몰라서 못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카드를 받으러 와서 마트에서 장볼 때 써야겠다는 어르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관련 분야 허용품목을 판매하는 가맹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가맹점은 각종 문화예술기관부터 관광명소나 철도, 당구장·헬스장 등 체육시설, 에버랜드·서울대공원 등 동물원과 놀이공원까지 버라이어티하다. 온라인 결제가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전화 한통으로 악기·운동기구 등을 살 수 있는 전화결제가맹점까지 발굴한 결과, 등록가맹점은 2020년 2만2287개에서 현재 2만9505개로 32%, 할인가맹점은 1283개에서 2270개로 77% 늘었다.

문화누리카드 이용자들에게 무료 또는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객석을 제공하는 나눔티켓 기부처도 2021년 71곳 26973건에서 2023년 133곳 8625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대학로 완판 뮤지컬 ‘사의 찬미’ 등 16개 사업에서 나눔티켓을 진행한 고양문화재단 지준희 공연사업팀장은 “국공립단체의 대작이나 유명 아티스트들의 인기작 위주로 나눔티켓을 기부하고 있다. 유명 작품을 처음 본 관객들이 진심어린 감동 리뷰를 남길 때마다 사업의 의미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문화누리카드는 사업 운영자뿐 아니라 전국의 가맹점, 기부처 등이 국민의 차별없는 문화향유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더 많은 선택지 안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업계 종사자들이 적극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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