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스 로팍부터 리만머핀까지…차세대 ‘K 블루칩’ 작가 모십니다
한국 작가 발굴나선 해외 갤러리
특히 이채로운 것은 오스트리아계 갤러리인 한남동의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26일부터 시작해서 3월 9일까지 여는 전시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다.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해서 기획한 6인 작가의 단체전인데, 2018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이었던 김성우 큐레이터가 이해민선·권영주·남화연·제시 천·양유연·정유진 등 6인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를 만들었다. 대부분 30대~40대인 이들은 비시장 영역인 미술관과 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시장에서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작가들은 아니다. 따라서 상업 화랑에서 이런 전시가 열리는 것은 파격적이다.
전시 작품 중 남화연 작가의 신작 영상이 눈에 띈다. 색색의 과일을 탐하는 인간의 손과 그것을 우물거리는 턱의 움직임이 거대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의 가동 장면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쓰레기 처리장을 촬영하고 온 날에는 다음날까지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 둥치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나온 형상을 인간의 얼굴로 만든 드로잉 연작으로 유명한 이해민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화지에 잘 배지 않는 아크릴릭 물감을 끊임없이 문질러 그린 회화 연작을 내놓는다. 이 회화들은 모두 무엇인가가 떠나고 남은 자리를 아스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양유연 작가가 한지의 일종인 장지에 그린 아크릴릭 회화도 인상적이다. 일상적이면서도 묘하게 불안과 긴장을 자아내는 장면을 강렬하게 묘사해서 작가가 ‘불안의 시대’라고 명명한 현대를 표현한다.
한편 뉴욕에 본사가 있는 리만머핀 서울의 한남동 갤러리에서는 한국인·한국계 작가 4인 그룹전 ‘원더랜드’가 지난 11일부터 2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 역시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해서 기획한 것이다. 비엔날레 감독 출신 김성우 큐레이터가 기획한 타데우스 로팍 전시가 무게 있고 ‘비엔날레적’이라면, 아트페어와 많이 협업해 온 엄태근 큐레이터가 기획한 리만머핀 전시는 통통 튀며 ‘아트페어적’이다.
과연 뉴욕에 거주하는 임미애(60) 작가의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한 동식물 그림은 작가의 프로필을 보지 않으면 MZ 작가의 작품으로 여겨질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LA에 기반을 두고 있는 켄건민(47) 작가의 작품은 판타지 영화적인 요소와 전통 장식화의 모티프, 부분적인 자수 공예가 뒤섞여 있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혼종이다.
미술사학자인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그의 작품이 “이동하고 표류하는 동시대인들의 삶을 반영하여 기하학적이고 엔트로피하며, 그래서 리좀적으로 얽혀있는 동시대의 관계적 풍경화”라고 평한다.
한편, 한국에 진출한 외국 갤러리가 외국 본점에서의 새해 첫 전시를 한국 작가의 개인전으로 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서울 지점을 삼청동으로 확장 이전한 페레스프로젝트는 베를린 본사에서 지난 19일부터 2월 24일까지, 떠오르는 젊은 작가 이근민(41)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인체의 내장을 확대한 듯한 그의 그림들은 그가 2001년 당시에 겪은 병리적 경험과 환각을 시각화한 것이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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