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명예 얻으려면 권력·물욕 내려놓아야
욕망. 자기가 바라는 것. 그것은 결코 나무랄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러한 욕망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욕망을 이루는 과정이 삶 그 자체이며 욕망이야말로 삶의 활력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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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이 스치는 바람소리라면
명예는 깊고 은은한 종소리
젊은 날에 유명해지면 명성
늙어 유명하면 명예로 굳어져
」
가끔 나는 사람이 일생을 사는데 무엇을 위해서 살며 또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욕망의 대상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물질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질 없이는 기본적인 삶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대인들은 오직 이 물질만을 좇아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물질에 열중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사람과 사랑이다. 사람은 물질만으로는 충분히 잘 살았다 할 수 없다. 그 위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어울림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따스한 마음의 교류,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로워서 못 산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성장하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며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보통 사람들은 거기까지가 일생 꿈꾸는 삶이고 완성된 삶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하여 권력에 관심을 가져 권력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사회로나 집단으로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정치가들이다. 그들은 권력을 얻으면 그 아래 단계인 물질이나 사람(또는 사랑)은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높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명예.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명예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망인 것 같다. 그런데 명예를 가진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일단 명예를 가진 사람은 그 아래 단계의 욕망이나 소유를 적당량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도 내려놓고 사람이나 사랑도 내려놓고 권력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예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내려놓으라는 말이 거북하다면 조금 줄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좋겠다. 그것이 진정 그러할 때 명예가 정말로 명예다운 명예가 된다.
가끔 명예란 말은 명성이란 말과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명예와 명성은 서로 다른 면이 있다. 두 가지 말 모두 세상에 널리 알려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부러움을 사는 자랑이거나 그 이름이기는 하지만 명성보다는 명예가 더 굳은 것이고 더 좋은 것이다.
명성은 단순히 잘한다고 좋다고 훌륭하다고 소문이 난 상태를 말하지만, 명예는 그것이 단단해져 변함없는 그 어떤 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명성이 스치는 바람 소리거나 바다 물결 소리와 같다면 명예는 바위나 쇠붙이에 새긴 형상과 같은 것이고 오래된 종에서 울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같은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젊어서 유명해지는 것은 명성이고 늙어서 유명해지는 것이 비로소 명예라는 것이다.
나더러 꼰대라 핀잔해도 좋다. 그러나 정말로 그것이 그러한 걸 어쩌랴. 젊은이가 유명해지는 것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 어린 세대들이 오로지 연예인만을 해바라기하고 또 어려서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풍조는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유명해지더라도 늙어서 나중에 유명해져야만 그것이 진정한 명성, 명예가 되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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