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 입은 팜므파탈 김준수…남성 소리꾼들이 그리는 ‘막장드라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로 한층 유명한 ‘살로메’는 신약성경 이야기다. 부정한 모친을 비난하는 세례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그녀를 탐하는 양부이자 삼촌인 헤롯왕, 헤롯왕의 아내이자 살로메의 모친 헤로디아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막장드라마다. 원작이 집착과 광기로 가득한 팜므파탈의 파국으로 끝난다면, 헤롯과 헤로디아까지 비극을 맞는 극단적 결말을 보태 총체적 파국으로 몰아간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젊은 연출가 김시화의 야심찬 시도라 주목된다. 김시화는 국립창극단의 대작 ‘귀토’ ‘심청가’등에서 조연출로 활약하면서 만난 고선웅 뿐 아니라 정은혜 작창·이아람 음악감독 등 드림팀을 직접 꾸렸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까지 무대의상으로 힘을 보탰다. 덕분에 트라이아웃 공연임에도 이례적으로 예매 오픈 1시간 만에 5회차가 거의 동났고, 개막 전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4월 강동아트센터 공연이 확정됐고, 전국투어에도 나선다.
모든 ‘살로메’의 하이라이트는 ‘일곱 베일의 춤’이다.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안무상을 받은 신선호 안무가가 한국적 장단으로 직조한 ‘일곱 베일의 춤’은 4분 이내로 비교적 짧지만, 코르셋 드레스를 입은 여장남자가 어떤 퇴폐미를 보여줄 지 눈길이 쏠린다. ‘패왕별희’의 쌍검무 등 이미 여장남자의 요염한 자태를 수차례 과시했던 김준수와 ‘순신’에서 최고의 소리꾼 이자람과 젠더프리 더블캐스팅이었던 윤제원의 변신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젊은 여성 연출가가 최초로 시도하는 ‘남성창극’에 방점이 찍힌다. 세계적인 젠더프리 트렌드 속에서 인간 본성을 파고들면서 대중성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김시화 연출은 “전통공연 안에서도 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꼭 해보고 싶었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탄생한 여성국극은 비교대상이 아니지만 전통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콘텐트라 생각한다”면서 “오페라 아리아같은 정은혜의 작창 덕에 소리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K뮤지컬로 세계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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