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숙성의 이로운 인생 꿈꾸며

강혜란 2024. 1. 27.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즈 마이 라이프
치즈 마이 라이프
조장현 지음
시대의창

명문대 졸업 후 삼성전자를 다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인생 궤도를 스스로 틀어 늦깎이 요리 유학생이 됐다. 30대 후반에 아내와 아이 둘을 두고 불시착한 영국 런던의 주방. 칼질조차 서툴렀던 그의 좌충우돌 실습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성공한 오너셰프의 인생 2막 회고담일 줄 알았다.

웬걸, 서울 한남동 ‘치즈 플로’를 운영하는 저자의 진짜 도전은 이때부터 시작한다. 그가 바란 것은 “발효와 숙성을 통해 오래 지속되면서 어떻게든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인생. 그래서 그는 레스토랑에서 치즈와 살루미(이탈리아식 보존 가공육)를 만들어내는 한국 첫 셰프의 길을 간다. 대량 생산 패스트푸드 시대에 자연 친화적인 슬로푸드를 만들면서 아티장(장인)의 진심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고 개척한다.

그의 도전엔 운명처럼 교차하는 또 다른 외골수들이 있다. 국내에선 흔치 않게 돼지를 방목하며 키우는 홍성 성우농장, 고부가가치 치즈 및 우유 생산에 뜻을 함께한 파주 고구려목장 등이다. 우유 수요에 상관없이 운영되는 원유가격연동제 등 치즈 시장 성장을 발목 잡는 정책을 지적하는 대목도 귀 기울일 만하다. 달고 짠 치즈를 맛보듯이, 나 자신과 일의 본질을 곱씹게 되는 에세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