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들의 삶 속 그들의 사유를 살피다
몇 개 문장·요점 아닌 철학적 사고
눈앞서 보듯 구체적으로 펼쳐내
소크라테스 ‘무지의 지’ 알았던 人
“너 자신을 알라”는 그의 말 아냐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김헌/북루덴스/1만9000원
“세상 만물은 변화하고 운동하고 생성 소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것대로 진실이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만은 아니다. 이런 모든 변화무쌍한 현상들을 일으키는 네 가지 근본 원소가 있는데, 그것들은 결코 생성 소멸하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서로 결합하고 흩어지면서 마치 만물이 생성 소멸하고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운동도 그런 현상으로 나타난다.”
세상 만물은 근본적인 하나의 요소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 세상은 수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고 ‘철학자’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피타고라스, 자신의 철학적 신념에 따라 죽음도 불사한 헤라클레이토스, 만물의 근원을 순수 물질인 원자로 본 데모크리토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인 저자는 책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에서 철학자의 삶과 그 속에서 이뤄진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보는 하이데거의 방법을 따라서 서양 고대 철학자의 삶과 사유를 살펴 나간다.
소크라테스는 구름 위의 철학자가 아니었다. 석공의 자식이었고, 포티다이아 전투에 중무장 보병으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도 적어도 세 번의 전투에 참여했다. 나이 차가 많은 크산티페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낳았다. “결혼해야 하나요?” 누군가 묻자, 그는 대답했다. “결혼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오.”
그는 나중에 고발당해 사형 선고를 받고 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런데 그는 죽음이란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자신의 철학의 절정, 완성은 죽음이었다.
플라톤은 서양 철학의 가장 중요한 토대와 틀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스무 살 때 소크라테스를 만나서 9년간 제자로 지냈다. 그 역시 생전 최소 세 번의 전쟁에 나갔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20년 동안 학문에 매진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고, 이상적 정치를 그려낸 저술 ‘국가’에서 철인정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책은 단순히 몇 개의 문장이나 요점이 아닌 서양 철학의 원형이 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삶과 그 삶에서 우러나온 철학적 사유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철학은 도대체 무엇일까.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도시국가의 참주 레온이 묻자,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필로소포스’라고 대답했다. 레온은 다시 필로소포스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생은 축제와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모여들죠. 어떤 이는 승리를 얻기 위해 경기하러 오고, 어떤 이는 돈을 벌기 위해 장사하러 옵니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이는 축제를 보려고 오는 관람객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노예근성을 타고난 이들은 화려한 명성과 물질적 풍요를 좇아가지만, 진정 앎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추구한답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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