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하다 말고 ‘성추행’ 재판…“여긴 미국 아냐” 분통 터뜨린 트럼프

법정 나오며 고개 내젓기도
연일 사법 리스크에 발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한 지 이틀 만에 성추행 명예훼손 의혹으로 뉴욕 법정에 섰다. 대선사기 주장, 기밀문건 유출, 성추문 입막음 등 혐의로 4건 형사기소된 데다 각종 민사소송에도 연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일정과 재판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재개된 28년 전 성추행에 관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 증언대에 올라 3분간 발언하면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패션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패소했고 ‘5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계속 성추행 혐의를 부인했고, 캐럴은 별도의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을 추가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캐럴이 소송한 혐의에 대해 부인하느냐는 변호인 질문을 받고 “100% 그렇다. 그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답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는 그 여성을 만난 적이 없다.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질의응답을 중단시킨 뒤 “큰 소리로 말해서 재판절차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캐럴을 해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제 가족과 대통령직을 방어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캐플런 판사는 이번 민사소송에서 성추행 여부가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만을 따지기로 결정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성추행 자체까지 부인하는 양상이다. 이에 캐플런 판사는 배심원단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무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나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리를 흔들며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This is not America)”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초반 2연전에서 압승하는 과정에서 그의 법적 리스크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22∼24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1250명에게 여론조사한 결과(오차범위 ±3%p), 공화당원 5명 중에 4명은 트럼프의 대선출마를 방해하기 위해 법제도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경우 민심을 급격히 돌아설 수도 있다. 공화당원 5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면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