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동음이의어는 어떻게 구분해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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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말 상담 자료를 훑어보는데 한 질문이 눈에 들어왔다.
"동음이의어는 어떻게 구분해 쓰나요?"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좀체 하지 않을 질문이다.
유학을 다녀왔거나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우리'를 단순히 영어 'our'와 연결지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또한 우리말 '우리'의 다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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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말 상담 자료를 훑어보는데 한 질문이 눈에 들어왔다. “동음이의어는 어떻게 구분해 쓰나요?”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좀체 하지 않을 질문이다. 동음이의어(엄밀히 말하면 동형이의어)는 대체로 맥락에 따라 직관적으로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모국어 화자가 먹는 ‘배’와 타는 ‘배’와 신체의 ‘배’를 문맥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이 우리말에 동음이의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쩍 이런 동음이의어와 관련된 질문들이 눈에 자주 띈다. 몇몇 사례는 몇 해 전 포털사이트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이없어서 그냥 단순한 말장난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라고 하는데 사과가 왜 심심한가요?” “‘사흘’이 왜 4일이 아니고 3일인가요?” 먹는 ‘사과(沙果)’와 용서를 비는 ‘사과(謝過)’,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의 ‘심심하다’와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하다(甚深-)’를 서로 구분하지 못하고, 3일을 뜻하는 ‘사흘’의 ‘사’와 ‘넷’의 ‘사(四)’를 잘못 동일시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다. “친구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자기 엄마를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게 맞나요, 형제도 아닌데요?” 동음이의어는 아니지만 한 단어(다의어)의 다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뜻 중에는 “우리 내일 만날까?”처럼 ‘말하는 이와 듣는 이를 포함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뜻도 있지만 “우리 집에 놀러 와”처럼 ‘일부 명사 앞에서 그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뜻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도 아닌데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며 맞는 표현인지 질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유학을 다녀왔거나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우리’를 단순히 영어 ‘our’와 연결지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또한 우리말 ‘우리’의 다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문해력을, 글자를 이해하는 단계부터 여러 단계로 나눈다면 어휘력, 특히 이렇게 문맥에 기대어 동음이의어나 다의어의 뜻을 제대로 구분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비교적 높은 단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글자를 이해하는 첫 단계의 문해력은 이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보다 높은 어휘력 단계의 문해력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새삼스럽게 한자 교육이나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러한 문해력의 현실을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거 같기는 하다.
이정미 국립국어원 국어생활종합상담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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