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김홍도와 스페인 화가 고야
현지서 보니 여행 즐거움 더해
지난주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코르도바, 세비야, 마드리드, 사라고사 등 주요 도시를 탐방하는 일정이었다. 삼면이 바다인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스페인의 지리적 위치는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와도 흡사하다. 면적은 우리보다 5배 정도 넓지만, 인구수는 5000만명인 점, 내전을 겪고 군부 정치 시대를 경험한 역사도 매우 비슷하다. 축구에 열광적인 모습마저 닮아 있다. 2002년 월드컵 8강전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한 순간은 지금도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홍도와 고야는 사회상을 담은 그림들도 남겼다. 1795년(정조 20)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단행한 화성 행차의 주요 장면을 8폭의 병풍 그림으로 남긴 ‘수원능행도(水原陵行圖)’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김홍도는 씨름, 서당, 대장간, 시장 등을 주제로 한 백성의 삶을 담은 풍속화를 다수 남겼는데, 최근의 연구에서는 정조가 이들 그림을 국정 자료로 활용했음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고야의 ‘1808년 5월2일’과 ‘1808년 5월3일’ 두 연작 그림은 나폴레옹 집권 시기 프랑스가 스페인을 침공했을 때 이에 저항한 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것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고야는 20여점의 자화상을 남겼으며, 김홍도는 ‘포의풍류도’라는 그림에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책과 도자기, 붓과 벼루, 생황, 검(劒) 등을 배경으로 비파를 타고 있는 50대 선비가 김홍도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주춤했던 해외여행이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우리와 외국이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 중에서 서로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지 않을까?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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