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나 홀로 놀이공원

2024. 1. 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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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와 둘이 놀이공원에 갔다.

새로운 놀이기구가 생겼으리라는 짐작이야 막연히 했지만 내가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있었으니, 인기 많은 놀이기구들은 예약제로 운행된다는 것과 누구나 일정액을 지불하고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하는 권리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 입구에서 검표원이 나를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수습하던 것이 떠오른다.

이 원고를 마치고 나서 천천히 본격적으로 놀이공원을 느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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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와 둘이 놀이공원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이미 대기 행렬이 길었다. 걱정이야 엄마 몫이고 아이는 오히려 더 신나는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녀석에게는 첫 방문이었다. 헤아려 보니 나도 무려 이십여 년 만이었다.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놀이기구가 생겼으리라는 짐작이야 막연히 했지만 내가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있었으니, 인기 많은 놀이기구들은 예약제로 운행된다는 것과 누구나 일정액을 지불하고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하는 권리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합리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번번이 예약을 못했다는 이유로 탑승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고, 두 시간째 줄 서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우선탑승권을 내미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허탈해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놀이기구마다 평균 한두 시간은 줄을 서야 했다. 엄마, 다리 아파, 심심해, 배고파, 목말라, 하며 쉬지 않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상대하는 것도 일이었다. 게다가 녀석은 꼭 탑승할 차례가 가까워지면 갑자기 화장실 타령을 해서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앞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줄에서 벗어나 화장실에 가면 그곳에도 길디긴 줄이 있었다. 간식거리를 사러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길고 다양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놀이기구를 타도 운행 시간이 깜짝 놀랄 만큼 짧으니 사실 재미고 스릴이고 제대로 느낄 틈도 없었다. 그래도 아이는 그 짧은 동안 지난 고생을 다 잊은 듯 행복해했으니 다행이었다고 할까.

저녁을 거르고 그 시간에 놀이기구를 더 타겠다는 아이를 달래 식당으로 갔다. 하지만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녀석은 내게 기대 잠이 들었다. 겉옷을 벗어 아이에게 덮어 주고 나도 잠깐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에, 놀이공원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내가 아는 놀이공원은 이런 곳이 아닌데.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문득 정말로 놀이공원에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왔다. 조금 전 입구에서 검표원이 나를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수습하던 것이 떠오른다. 하기야 중년 여성이 평일 대낮에 혼자 놀이공원을 찾는 일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보무당당하게 입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회전목마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원고를 마치고 나서 천천히 본격적으로 놀이공원을 느껴볼 참이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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