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詩의 뜨락]
2024. 1. 26. 22:41
강연호
궁금해지면 시작입니다
당신이 이해되지 않아서 다가갔지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서 다행이었지요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궁금했겠어요?
문득 어지러웠고 당신이 밀었다고
혹은 끌어당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어디까지나 생각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생각의 자유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궁금해지면 이미 자유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가 뭘?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따질 필요 없습니다
과연 당신이 뭘 했겠어요
당신이 뭘 했다면 시작이 있고 끝이 있겠지만
궁금해지면 소용없어요 이 세상에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것을 줄거리라고 합니다
줄거리는 결코 요약할 수 없어요
궁금해지면 끝이 없습니다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시인의일요일) 수록
●강연호 약력
△1962년 대전 출생.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기억의 못갖춘마디’ 등 펴냄.
△1962년 대전 출생.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기억의 못갖춘마디’ 등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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