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고려거란전쟁'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MD칼럼]

이승길 기자 2024. 1. 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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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길의 하지만]

'고려거란전쟁' / 마이데일리 사진DB

"대하드라마가 부활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유동근)

"대하사극은 KBS가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조선 뿐만 아니라 그 전의 역사까지 다루는 작품이 KBS에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그걸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최수종)

대하사극 제작의 명확한 고충 사항은 제작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탄탄한 마니아 시청자 층이 존재함에도, 방송국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시청자의 수신료를 받고 있는 공영방송인 KBS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이것이 대하사극이 KBS의 상징이자, 정체성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KBS가 습관적으로 말하는 '수신료의 가치'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하게 들어맞는 영역이 대하사극일지도 모른다.

대하사극이 늘 주말 안방극장에 자리한 건 아니었다. 2016년 종영한 '장영실' 이후 2021년 '태종 이방원'이 부활하기까지 KBS 또한 수년간 대하사극을 제작하지 못했다. 이 또한 막대한 제작비라는 현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유동근, 최수종 등 사극 대배우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대하사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끊기는 듯 했던 물줄기는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고려거란전쟁' / KBS 제공

그런데 다시 대하사극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려거란전쟁'이 겪고 있는 내홍 때문이다. "거란군과 싸움 하랬더니 본인들끼리 싸우고 있다."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제작진과 원작자 간의 논쟁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아픈 지적이다.

최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방송분에서는 원작 소설로 알려진 '고려거란전기'와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이에 '고려거란전기'를 쓴 길승수 작가는 공식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고려거란전쟁' 제작진은 반박에 나섰다. 작품의 완성도가 추락한다는 비판 속에, 드라마 안이 아닌 밖의 이야기가 더욱 주목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혹자들은 이번 진흙탕 싸움이 장기적으로 KBS의 대하사극 제작 의지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해갈 수록, 고증의 어려움이 확인될 수록 차기작 추진의 동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 남아있는 "귀주대첩까지는 지켜보려고요"라는 한 시청자의 글처럼, '고려거란전쟁'의 대다수 시청자들은 아직 부활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는 성난 '고려거란전쟁' 시청자의 트럭시위가 진행됐다. "역사왜곡 막장전개, 이게 대하사극이냐?", "원작 핑계로 여론을 호도하지 마라" 등의 문구가 재생됐다.

어느 분야에서나 '트럭 시위'는 역으로 그만큼 높았던 기대와 애정의 반증이다. 시청자가 목소리를 내며 작품의 진로 이탈을 바로 잡으려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려거란전쟁'에 애정을 가진 시청자 층이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진정으로 애정 없는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뿐,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고려거란전쟁'에게는 기회가 있다.

'고려거란전쟁'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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