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소아청소년과…“법적 책임 완화 등 대책 시급”

한솔 2024. 1. 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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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저출생 극복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면서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픈 아이를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은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필수 의료 분야인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대형병원 소아응급실마저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필수 의료현장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솔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7년 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이병국 교수.

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365일 대기 상태로 사실상 병원이 집입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 중환자 교수 : "손상의 영향이 신생아 같은 경우는 항상 이 뇌 성장 발달하고 이어지거든요. 처치가 최대한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큐베이션 할게요. 석션 준비됐나요…. 잘했다."]

지난해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는 4천여 명, 23주 이상 미숙아 생존율 100%라는 성과를 냈지만, 언제까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스스로 되묻습니다.

동료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최근 3년간 쓴 휴가는 겨우 닷새, 상중에도 초미숙아 응급수술을 위해 달려왔어야 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 중환자 교수 : "지방에는 고위험 산모나 고위험신생아들이 병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사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거나 아니면 서울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소아응급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지역의 한 대학병원.

해마다 2만 명이 넘는 소아 응급환자가 찾고 있습니다.

[김지혜/아산시 탕정면 : "제가 임신 기간에 좀 몸이 안 좋았어서 여기 병원에서 장기로 입원을 하게 됐었는데 그래서 출산도 여기서 하게 됐고 그 이후로 계속 진료도 여기서 받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곳 역시 최근 전문의가 절반 이상 줄면서 축소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올 상반기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6%, 하지만 지역은 사정이 더 열악합니다.

대전과 세종, 충남의 6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17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단 1명에 그쳤습니다.

성인보다 진료가 까다롭지만 진료비 수가는 낮은 데다, 각종 소송위험과 저출생 여파로 비인기 전공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병원마다 환자 밀집도와 중증도마저 치솟으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전쟁을 치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주영/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 "사명감이라는 말이 사실 이제는 좀 독이 된 것 같아요. 자꾸 그런 사명감에 기대어 일이 돌아가게끔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료인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한 소아·청소년과 진료수가를 현실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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