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 전 건보공단 팀장 “선물투자로 돈 다 잃었다”

강원경찰청, 횡령 혐의로 검찰 송치…가상화폐 거래 분석 중

공금 46억 원을 횡령한 후 해외로 도피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직 팀장(왼쪽)이, 지난 9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한 리조트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경찰청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 피의자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피의자가 횡령액을 "선물투자로 다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남았는지를 밝혀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최 모(46)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22년 4월 27일부터 7차례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000만 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횡령한 자금은 가상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 측은 2022년 9월 최 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민사소송으로 계좌 압류·추심 등을 진행해 지난해 횡령액 46억 원 중 약 7억2000만 원을 회수했다.

경찰은 최 씨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행했다. 동시에 수사관서인 강원경찰청 반부패수사대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 경기남부청 인터폴팀으로 구성된 추적팀을 편성해 1년 4개월간 최 씨를 뒤쫓은 끝에 지난 9일 마닐라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최 씨를 붙잡았다. 지난 17일 국내로 송환돼 취재진 앞에 선 최 씨는 "횡령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빼돌린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 단독범행임을 주장하며 "회사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은 돈의 행방에 대해 "선물투자로 다 잃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로부터 받은 최 씨의 선물거래 명세를 살펴보면서 그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대조하고 있지만, 거래 기록이 수만 건에 이르는 데다 누락된 기록도 있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구속 기간(10일) 만료에 따라 최 씨에게 횡령 혐의만 적용해 우선 송치하고, 바이낸스로부터 다시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혐의로 추가 송치할 계획이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