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전부 무죄

성시호 기자, 정진솔 기자, 이병권 기자 2024. 1. 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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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 3명이 1심에서 나란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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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1심, 직권남용·공모 모두 "증명 안 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의혹'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26./사진=뉴스1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 3명이 1심에서 나란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하급자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일부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이와 관련해 대법원 수뇌부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사전계획을 승인해 범행을 공모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개입 등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직권이 없다면 직권남용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를 적용, 일부 월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소송 검토·대책 보고서' 상당수에 재판개입 의도가 담겼고, 이를 실무자가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체적인 개입방안이 보고서에 적히지 않았고, 주된 작성의도가 소송결과와 그 여파를 예측하는 데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무죄가 선고되자 취재진에게 "명쾌하게 판단해 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수뇌부는 상고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숙원사업과 조직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긴급조치 국가배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이후 국회의원·지방의원 지위확인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관련 소송에 대해 재판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수뇌부는 △파견법관을 활용한 헌법재판소 평의결과·결정문 등 내부정보 수집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관 연구·교류조직 와해 △특정 법관에 대한 부당인사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정운호 게이트 등 비위 연루 혐의 판사 관련 감사·징계 직무유기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여원 불법유용에 따른 국고손실 △대한변호사협회 압박 방안 수립을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수사팀장을 맡은 검찰 특별수사팀은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지휘 아래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은 검찰 측 신청 증인만 200여명에 달하는 수사 분량, 양 전 대법원장의 폐암 수술, 법관 정기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 피고인들의 약식절차 거부 등이 겹쳐 판결 선고까지 4년 11개월이 소요됐다.

사건의 방대한 분량 탓에 이날 선고공판에선 재판부가 오후 2시부터 판결요지를 설명하다 '선고 도중 10분 휴정'을 선언, 저녁 6시25분에 주문을 낭독하는 이례적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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